시 습작1
부끄러운 놈
청산 /임흥윤
2023. 4. 5. 22:20

부끄러운 놈
임흥윤
의연한 척
대담한 척
초연한 척
가느다란 실바람에도
깜짝깜짝 놀라는 철부지
걱정에 또 다른 근심을 불러오는 멍텅구리
어느 땐 종교의 깃발아래서
사랑이란 이름으로
무조건 용서를 빌며
가끔은 골방에서 울기도 했지
무지가 무지를 탓하는 충고
그 무지의 비절 참절
종교와 사랑의 굴례를 씌어
잔인한 카스라이팅이었다
경건한 척
깨끗한 척
의로운 척
진정
부끄러운 놈은
누구도 아닌 나였다
둥글게 살아온 듯싶어도
까칠게 살아온 장본인
은근슬쩍 둥글게
비아냥거림
누가
누구를 탓하랴
202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