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 시집문고

아버지의 백구두/최영숙

청산 /임흥윤 2023. 4. 28. 06:55



아버지의 백구두
                최영숙


출타하실제 울 아버지
하얀 중절모에
모시두루마기 입으시고
하얀 고무신
해살에 눈부시다.

돌아오시면 울 엄마
하얀 고무신 다시 깨끗하게
닦아 고이 모셔놓고

아버지 나들이 가실 땐
눈이 부시도록 하얀
고무신 내어 놓으신다.

시골길 십리를 걸어나가
버스에 오르시던 아버지
신작로 진흙길
눈보다 더 흰
하얀 고무신 백구두

늘 툇마루 끝 햇빛에
씻어 말리시던
어머니
남편에 대한 지고지순한
사랑이었으리라

       2023. 4.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