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 시집문고

시냇물/오신탁

청산 /임흥윤 2023. 5. 16. 21:51



시냇물  
      오신탁

  새벽, 이슬들은 손잡고 가야 할 길을, 가는 길은, 종착지인 시냇물에 합류한다. 수많은 이슬 친구들은 무언의 약속이라 한 듯 내 몸은 돌보지 않은 채 낮은 자세로 낮은 곳을 향해 하루가 걸릴지 한 달이 걸릴지라도 함께 모여 물보라 파티장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멀다. 하지만 언젠가는 가야 하고 도착해야 할 운명의 길이기에  돌부리에 부딪쳐도 옹달샘 우물가에 갇혀 꼼짝 못 할지라도 마음을 비운 이슬들은 시냇물에 합류하기까지 머나먼 여행을 경험하면서 환경에 여의치 않고 낮고 깊은 곳으로 흘러갈 뿐이다. 이슬들은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모른 채 사동 골짜기 시냇물에서 만나 아침 햇살에 반짝이며 유유히  흘러갈 뿐이다. 그대들을 건드릴 이 아무도 없다.
그저 그네들의 몸을 세상의 이치에 맡긴 채 누구는 다랭이논, 모내기 논으로 흘러가 쌀을 생산하는 자양분이 되기 위해 희생의 각오를 치르고 있고 누구는 이 세상을 주관하는 인간의 한 모금의 갈증을 풀어줄 식도를 타는 행복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 준다.
아이들 물장난에 시원한 오아시스가 되어 어린이들의 기분을 만끽하게 해주는 시원한 물줄기가 되어준다.
송사리 떼, 개구리, 올챙이 떼들의 시원한 먹잇감이 되어줄 때면 어느 이슬보다 보람 있는 한날이 됨에 기쁨의 눈물을 감출 수가 없다,
모두가 이리저리 경험한 내용들을 저 우여곡절의 시냇물을 만나 자랑이라도 하듯 물보라 무지개 띄워 내기도 한다. 함께 모인 시냇물은 평화를 노래했지만 또 흘러가 헤어져야 할 때가 옴은 모두가 느끼고 있었는지 유유히  제 갈길을 가고 있을 뿐이다.
  시냇물은 사람들의 먹잇감이 될 때도 있지만 때로는 시궁창으로, 때로는 식물들의 오아시스로 발걸음이 옮겨질 때면 저마다 타고난 삶을 돌아보면서 왜 내가 있어야 하는지, 왜 무엇을 향해 흘러가고, 어디를 향해 흘러가야 하는지 판가름 나는 시점이기도  하다.
누구는 한강으로 낙동강을 경유해 태평양 넓은 바다를 향하는 시냇물도 있지만 세상의 삶이 희생의 삶을 살아가는 시냇물이 되는 신세가 됨을 볼 때 어떻게 어디를 향해 가느냐에 따라 시냇물의 본모습인 이슬의 운명도 이렇게 세상의 삶에 있어 희생의 삶을 살아가는 시냇물이 되는 신세가 됨을 볼 때 어떻게 어디를 향해 가느냐에 따라 시냇물의 원류인 이슬의 운명도 이렇게 놓일 수밖에 없다.
분명, 시냇물의 졸졸 흐르는 반짝이는 모습은 누가 보아도  아름답고 고귀한 시냇물이지만 흘러 흘러 운명을 점칠 수 있는 때가 올 때면 모든 것 버리고, 모든 것 비우고, 생태와 운명에 맡겨야  함은 시냇물의 흐름을 통해 배울 수밖에 없다.
작은 이슬들이 모여 시냇물이 되고 시냇물도 기어이 강과 바다를 향한다는 진리를 배우지만 시냇물의 흐름에 막히고 가고자 하는 진로에 마음을 비우고 세상사는 이치에 몸을 맡기는 시냇물에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업다.
우리네 삶도 시냇물처럼 유유히 흘러가는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낼 수 있을까? 반짝이며 흐르는 시냇물을 보며 나의 모습을 조명해 본다.

                                2023.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