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연·천상례시인님방

저무는 들길에 이 마음을

청산 /임흥윤 2023. 6. 13. 14:04



저무은 들길에 이 마음을
                                 천상례

해 저문 들길에서
가을 억새의 마음 비우는
사그락 소리를 듣는다

영혼이 별을 향하여
날아오는 소리
비움의 소리
혼불 되어
하늘을 오를 때 나는
아름다운 소리
미리 들어보는 마지막 숨소리

모든 거 다 비우고 걸어가는 길
사그라 대는 억새의 숨소리에
석양의 산 그림자도
내 그림자도 길어지고 있다
         (바람의 아픔 시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