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습작1
목련 꽃 그늘에 앉아
청산 /임흥윤
2023. 7. 11. 20:45

(거실 행운목)
목련 꽃그늘에 앉아서
천상례
이른 봄날 여덟 살 나를 데리고
외갓집 가는 엄마의 발걸음은
3월의 목련 꽃 봉오리를 닮았다
걱정 없는 아기 송아지를 바라보는
엄마 소의 커다란 눈처럼
좋아라 뛰는 나를 보며
걱정 많은 눈으로 엄마는 웃으시네
옥양목 하얀 치마저고리를 입은 엄마는
어린 딸을 데리고 오리 길을 걸어서
높은 지붕의 기와와 멋있는 외갓집에 갔다
그리고 며칠 후
엄마는 작은 보따리 하나를 들고
아침 햇살이 마당을 비추기 시작할 때
나를 두고 울면서 떠나가셨다
땅에 쪼그리고 앉은 나는
돈 벌러 가는 엄마에게 매달리지도 않았고 뒷모습을 한 번 바라보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작은 돌 하나로 무엇을 그리고 있었다
자꾸만 엉켜 가는 내 슬픔을
땅에다 풀어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바람의 아픔 시집 p121에서)
천안에서 살던 둘째 딸
남편 직장 따라 대전으로 이사한다고
집 나서는데
장대비 쏟아져 버스정류장까지 배웅도 못 하고 현관문에서
잘 다녀오라는 아쉬운 작별인사 하고는
당신 없는 거실에서 홀로 앉자 당신의 시집 (엄마의 외출) 읽습니다
엉켜가는 슬픔을 땅에다 풀어내는
어린 시절 당신 생각에
눈물이 나네
하염없이 눈물이 나네요
2023. 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