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연·천상례시인님방

머물다 떠난 자리에는

청산 /임흥윤 2023. 9. 3. 21:05



머물다 떠난 자리에는

                            천상례

 

그 누군가 머물다 떠난

그 자리에는

그의 짙은 향기

가슴 깊이 남아 있고

 

봄바람이 머문 자리에 

색 고운 꽃잎의 향기

아지랑이처럼 머물어 있고

잡념을 씻기는 듯

매미소리 우렁찬 여름의 숲에선 

땀방울에도 초록이 물들어 있네 

 

가을날 햇살은 

바람의 뒤를 따르며  

온 들녘을 무지개 색으로

자꾸만 덧칠 하고

겨울이 머문 자리

고독은 바스락 소리를 내며

하얀 순결의 손으로 대지를 잠재우네

 

그 누군가 머물다 떠난 자리

그 자리에 홀로 앉아 

보내지 않은 사랑이

무심으로 떠나간 그곳에서

우두커니 한 마음이 

그리움 하나를 간직하게 되었네


떠나간 그 누군가의 뒷모습에는

쓸쓸한 코트의 깃처럼  

고독이 긴 여운으로 해거름에 남아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