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 시집문고
내 인생의 뮤지컬/혜경
청산 /임흥윤
2023. 9. 21. 07:05

내 인생의 뮤지컬
惠敬
눈에 보이지도 않는 코로나에
일상이 바뀌었다.
멀리 산다는 이유로
요양원에 계시는 어머님을 수 년만에 뵈었다.
막내아들 온다는 소리에
한 시간이나 먼저 나와 기다리셨다는 우리 어머님.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우리 아버님 덕분에
우리 어머님 덕분에
나는
내 남편의 나라 일본을 사랑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그 아들이
수 년간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사는지도 모르시고
하릴없이 시간만 죽여야 하셨을 우리 부모님.
나도 부모가 되어 보니
웃고 계시는 우리 아버님어머님 얼굴에
애간장 녹였을 긴 세월이
수없이 훔쳤을 눈가의 눈물이
보이더라.
어느날
그 아들이 불쑥 찾아와
들이민 한국 여자 사진 한 장.
얼마나 놀라셨을까!
미울 법도 한 한국 며느리...
사시는 동안
며느리에게 주시고 싶은 사랑
끝도 없이 다 주시고
먼저 떠나신 우리 아버님.
당신 아들이
부모님께 한을 남기면서까지
부모님을 버리고 택했던 그 길.
인생을 걸고
육신의 부모님까지 내어 주고
택했던 그 믿음이
시시때때로 변하는 지금.
.
.
.
원리도 모르고
믿음이 뭔지도 모르셨지만
아버님어머님의
변함없는 그 사랑이
바로
원리이고 믿음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변한다 할지라도
아버님어머님의 며느리여서
모든 것에 감사할 수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 아버님어머님!
그리고
아들 기다림으로
눈물 짓게 한 긴 세월,
용서해 주세요.
2023.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