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 시집문고

풀장과 목욕탕 외 5편/윤덕명

청산 /임흥윤 2025. 2. 24. 13:36



~1편~
풀장과 목욕탕

                 청솔/윤 덕 명

수영장에 가면 홀가분한 마음에

물고기가 되어 자유를 만끽하고

태양빛을 호흡하는 해방의 기쁨

물속의 산소와 밖의 것은 다르다.

풀장은 은밀하고 생명선이 있는

그곳을 카턴처서 가려야만 하고

목욕탕은 원시의 나신만이 있어

복귀된 에덴동산 같은 해방구다.

샤워부터 먼저하고 입욕(入浴)!

냉온탕 오가며 체온을 조절하고

사우나탕도 맘대로 선택하는 곳

옥(玉)사우나방과 황토사우나다.

한쪽 구석진 곳에서는 때밀이가

차등 적용하며 떼돈을 번다는 것

벌러덩 드러누워 온 몸을 맡기고

코를 골면서 깊은 수면에 빠진다.

20250221(금)관악산방.

~2편~

. 자연사형수(死刑囚).

                   청솔/윤 덕 명

선악과(善惡果)로 연유한 타락은 부산물

따먹고 죽는 것과 그 반대의 두 경우엔

인간들 선택의 자유가 있었기 때문으로

생사는 한 순간에 결정되는 아이러니다.

평소 존경하는 형이 보낸 사건반장에서

촌철살인(寸鐵殺人)과 횡설수설이 양립

모순되는 언어의 위력을 피부로 느끼며

인간내면의 천사와 악마를 볼 수 있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입장에서 판단한다면

검사와 변호사의 쌍방공격에 대한 판단!

일순간도 오판되어서는 아니 되는 것이고

수지타산은 아니고 예의신중 해야만 한다.

최후 진술 이후 판사의 마지막 판결에서

사형선고 했다 해도 상황 따라 무기징역

사형집형과 무지징역은 생사 갈림 길이고

모든 사람들은 원죄로 자연사형수 아닌가?

20250218(화)관악산방.

~3펀~

정월대보름

                   청솔/윤 덕 명

매월 십오일마다 돌아오는 보름이지만

음력의 정월에 맞는 것을 대보름이라고

한국의 고유명절 가운데 가장 중시해온

양력(陽曆)으론 대개 이월 중순에 있다.

을사년의 보름 이월 십이일 수요일인데

아침 등굣길에 흰 눈이 하늘하늘 내리고

내일 모래가 졸업식으로 한 학급 오르는

새싹들의 꿈들이 야무지게 영글어 간다.

찹쌀, 팥, 수수, 차조, 조 등의 오곡밥과

묵은 나물로 만든 갖가지 음식을 나누며

보름달 소원 빌기 위한 뒷동산 달맞이는

새시 풍속의 절정이었던 그 시절 그립다.

부럼 먹고 달집태우기와 쥐불놀이 윷놀이

풍악 울리며 집집마다 터 신을 달래주었고

한 해의 농사와 무사태평을 기원하였었던

순수와 순정과 순애가 삼박자를 이루었다.

20250212(수)을사년의 보름에

~4편~

눈보라 휘몰아쳐도

                청솔/윤 덕 명

한 해 동안 아침마다 등굣길 교통정리 중에

입춘추위인 오늘은 체감온도 영하 20도로

강풍에 흩날리는 눈보라에 온 몸 동태처럼

굳어버리고 말았지만 책임감으로 버텼었다.

오거리의 등굣길은 언제나 안전이 최우선!

신호등도 없어 수신호와 형광봉(螢光棒)은

유일한 정리 방편인 까닭에 신경 곤두세워

좌우전후 예의주시하며 아이들을 보호한다.

초교 5학년으로 진급하는 첫 손녀딸 지나는

그 길목에서 하루의 아침을 연다는 그것은

나만이 갖는 나름의 행복이기 때문에 나는

어떠한 추위나 어려움도 거뜬하게 감내한다.

나 어릴 적의 농촌 산골은 유별나게 추웠고

오늘처럼 강풍에 눈보라치는 날이라고 해도

토끼몰이에 몰입하면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육십 년 전 아련한 추억들이 파노라마 된다.

20250207(금) 등굣길 오거리에서.



~5편~
진주성의 다락방

                      청솔/윤 덕 명

거룩한 분노라는 시어가 떠오르면

내가 근 사년 동안 살았던 진주가

목전에 선연한 까닭은 임진왜란의

촉석루 논개와 왜장 생각 때문이다.

종교보다 강하고 용광로보다 뜨건

불의를 압도하는 애국충절의 정열

도도히 흘러온 남강 물줄기 같았고

다락방에 얽힌 사연 또한 절절하다.

충혼탑에 인접한 그 지성소의 새벽

열여섯 명의 면책들 동그랗게 앉아

하얀 모조지에 얼룩진 선지피 혈서

불현 듯 가슴에서 혈루가 치솟았다.

불변과 인내, 충성이라는 세 워딩을

나도 모르게 큼직큼직하게 쓴 것은

알 수없는 당신 뜻이었다고 여길 때

작금에 이르는 마중물이기도 하였다.

20250123(목)관악산방.

~6편~

정오정착(正午定着)
                        청솔/윤 덕 명

하루 중 가장 햇빛이 강한 시간

정오(正午)인 까닭에 그 어떠한

짙은 흑암 그림자도 범접 못 해

이것이 바로 정오정착인 것이다.

일출에서 일몰에 이르기까지엔

각기 다른 각도서 햇빛이 비춰

명암(明暗)의 크기 달라지는데

황혼의 해거름 어둠의 시작이다.

인격자는 마음과 몸이 정오정착

심신일체 이룬 부부일체란 것도

부자일체, 신인일체도 그러하고

평화세계란 죄악 없는 세상이다.

생명의 본질요소는 햇빛 물 공기

공기 단 오분만 없어도 생존불가

햇빛에 이어 물도 필수요소인데

영생은 참사랑인 것이 분명하다.

거짓이 사라지고 진실만 존하는

천일국 세상이란 것 삶의 이유고

이의 목적은 자유 평등 평화 행복

그 희망의 나라가 곧 원일국이다.

20250114(화)관악산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