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단상

아침단상

         최학진

불교의 가르침에
따르면 좋은 인품을
갖추려면 세 가지
인연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첫째 부모를 잘 만나야
하고
둘째 스승을 잘 만나야 하며
셋째 친구를 잘 만나야
한다지요

이 세 가지를 잘 만나면
마치 좋은 흙에 심은
씨앗처럼 인생이
푸르게 자라납니다

그런데
실버 나이가 되고 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걸 알게 됩니다

요즘 보면 어떤 사람은
인품이 좋은 게 아니라
(물든 인품)을 자랑하고
있더군요
그 물이 문제입니다
어디서 들었는지
누가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빨간 물 노란 물
심지어 무지개 잡탕
물까지 잔뜩 들여서
자기가 세상의 중심인
양 날뛰고 있습니다

누구는 카톡으로 도는
글을 복음처럼 전파하며
누구는 유튜브 보고는
내가 다 알아 하는
표정으로 세상을
논합니다

그러다 보니 요즘
세상은 꼭 물감통을
엎어놓은 미술 시간
같아요

누가 그림을 그리는지
누가 장난치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어요
게다가 다들 진지하게
말하니 그게 더
웃깁니다

그런데 또 재미있는 건
이런 혼란 속에서도
조용히 묵묵히
자기 색을 지키며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죠
그분들 덕에 세상이 아직
회화지가 아고
쓰레기통이 되지 않은 게
아닐까 싶습니다

2025.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