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전여행
임흥윤
멀리 보이는 것은 하늘뿐이 아니다
추억 멀리 숨어 있다
새록새록 움트는 무전여행의 잔상들
싱싱한 푸른 싹으로 돋아 오르네
굶주린 배 움켜쥐고
한라산 내려올 때는
발바닥 물집으로 어금엉금 기여 내려왔지
재주 서귀포 부두 개찰구에서
돈이 없어 서성일 때
배 운임 서슴없이 건네준
생면부지 여대생 누나
열차 무임승차에
원두막에서 먹다 버린
수박껍질 주워 먹었던 일
여름 땡볕
아지랑이 열기 피여 오르던 신작로 길
하모니카 불며 터덕 터덕
발바닥 엔 물집이 생겼지
추억은 아련함
되돌아갈 수 없어도
아름답게 피워낸 황금 들녘
다시 걷고 싶은 길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