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작품 모음집 193

천성문학 2025년 여름호 출품작

1편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풍경 임흥윤 첫눈 내린 새벽 골목,가로등 불빛 아래하얗게 얼어붙은 발자국 하나누군가 다녀간 자리에는차가운 침묵만이천천히 땅에 스며든다바람은 돌아갈 곳을 몰라문 닫힌 창마다잠들지 못한 그림자만 깨어 있다이토록 쓸쓸한 풍경 속가슴 한켠엔누구를 기다리는 마음 하나조용히 숨 쉬고 있다2편투명한 역설 임흥윤 바람이 새겨놓은 시간의 잔상슬픔이 침묵 속에 누그러지면한 줄기 빛으로 피어난다바람은 기억을 잊고달은 지친 눈을 감고차갑게 귓속말하여도새벽을 향한 영혼이조용히 빛의 씨앗을 꺼낸다태양이 떠오르고 새싹이 돋는다

무풍 한성로 (2025년 통도사 꽃축제 시화 출품작)

무풍 한송로 임흥윤 가슴에 담아둔 말실 뿌리물줄기 찾아 더듬더듬 거리며푸른 싹 틔워낸 긴 한숨이묵언 수행길 만들어 주네요세상 설음 다 보듬어 안고 지성소 불전 앞에서오열하는 사연 사연들하늘은 다 감당할 수 없다고먹구름에 얼굴 가린 채천둥 번개로 울부짖다가도 미소진 햇살로 자비향 가득 담아 위로해 주시네

어진이의 고전산책/이어진

어진이의 고전산책 1961년 충남 보령 출생입니다. 서당 집 손녀딸로 자란 덕분에 일찍이 한문학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경희대학교에서 동양고전을 전공하고 한문지도사 자격을 취득합니다. 그동안 공직생활과, 대학에서 敎學하면서 느낀 점을 틈틈이 기록하여 모아 두었다가, 수필집으로 묶어봅니다. 현재는 교육사업으로 수원에서 창의 학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3년 심정 문학에서 수필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저서로는 공저 《시맥의 창 》 개인 수필집 《어진이의 시간여행 》 《어진이의 고전산책》이 있습니다 고전의 향기 언제부터 옛글을 좋아했는가? 명확히 答하기 어렵지만 서당 집 내력과 충효 입신(忠孝立身)이라는 가훈도 한몫이겠고, 선비정신으로 생을 다하신 아버지와 오라버니의 영향도 있을 겁니다. 그러다 보..

새로운 장르의 사모곡을 위하여

■ 작품 해설 새로운 장르의 사모곡을 위하여 이 길 연 (문학평론가, 고려대 외래교수) 1. 인간의 언어 가운데 가장 친숙한 말은 무엇일까? 아니, 가 장 아름다운 말은 무엇일까? 그것은 엄마 즉, 어머니이다. 엄마와 어머니는 동일한 말이다. 이를 부르는 대상의 심리 적 거리나 혹은 도덕적 훈계에 따라 구분되거나 혹은 달라질 수 있다. 어린아이에게는 엄마다. 엄마와의 심리적 거리는 합 일이다. 성숙한 어른에게도 어머니보다 엄마가 더 가깝고 친 속하게 사용되는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는 성숙한 대상과의 거리와 위치가 설정된다. 그 가운데는 간극이 존재한다. 그것 은 어머니를 향한 대상의 자아가 어느 정도 고착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윤리적인 도덕성에 기인한다. 우리에게 엄마나 어머니는 숙명이다. ‘..

벚꽃 꽃비 되여

벚꽃 꽃비 되어 도만/임흥윤 강풍에 벚꽃 꽃비 되어 휘날리는 날 외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만 귀 기울이지 말고 내면의 소리도 들으며 살라는 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소 내면의 아이 눈물만 보이오 아스팔트 틈새에서 피워낸 민들레 꽃 정원 잔디 사이 아이에 뿌리내리고 퍼워낸 민들레 꽃 어스렁 거리는 복실이의 하루 내가 서있는 오늘 하루 묵언이고 싶은 날이오 2019. 4. 6

내가 참좋다

내가 참 좋다 청산/임흥윤 내가 참 좋다 내가 참 좋다 정말 내가 좋아지네요 淸情 하늘 가슴에 안겨 오는 듯 침묵의 씨앗이 만들어 낸 무수한 언어들 채에 쭉정이 고르듯 고르고 골라내도 잔돌 골라내기엔 힘들어도 내가 참 좋다 나가 참 좋다 참으로 곱다 아름답다 세상을 아름다운 눈으로 바라보면 다 아름답게 보여 곱고 아름다워서 눈물이 난다 눈이 부셔서 눈물이 난다 2018. 6. 20

일성

一聲(일성) 임흥윤 나와 다른 말씀으로 가득 채워진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 헛되지 않은 결실 안겨 줄 막연한 기대 화두 깊숙이 잠든 진짜 마음의 소리는 말씀으로 가득 채워진 소리이어야 한다고 고요 청정의 삶 정확히 측정할 수 없어도 평화로운 노래는 들을 수 있어 속는 줄 알면서도 사랑해야 하는 애달픈 심정 너무 아픈 십자가 골고다 눈물길 하늘 휘장 찢기움 피의 역사 승리는 그냥 승리가 아니고 평화란 거추장스러운 말도 필요 없는 패자도 승자도 함께 좋아하는 사랑 이야기 2018. 11.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