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화 고려산
오신탁
고려산을 오르기 위해 첫발을 내딛는 마을어귀 신작로길, 보슬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많은 산행인들, 비에 젖은 들 어떠리~, 모두 입가엔 미소가, 눈가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덕담을 나눈다.
길가엔 아무렇게 피어난 잡초들이 긴 겨울을 이기고 돋아 났기에 싱그런 초록의 잎들이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까지 싱그런 어린이의 마음이 되도록 해준다.
어느 농토에는 비닐을 씌운 밭에 감자싹이 올라와 귀여움과 생명의 위대함을 주고, 어린 상추 대파들이 오는 보슬비가 싫지 않은 듯 저마다 입을 벌리고 사월의 노래를 부른다.
해는 동천에 떴는데 이제야 꼬꼬곡~~, 새 아침을 알리는 닭울음에 그 풍경소리 하나로 옛날로 되돌아간 시절 같다. 시끄럽게 들리는 개들의 멍멍 소리가 소음이 아닌 모두가 시골의 교향악 4중 수로 들려온다.
정겹게 들려오는 멍멍이 소리에 발맞춰 어느새 산길 초입에 들어서니 이름 모를 새들이 짹짹짹 ~~ 노래로 우리 일행들을 맞이해 주고 무성하게 돋아난 나뭇잎, 진달래 꽃들의 함박웃음소리에 출발의 에너지를 가득 안고 고려산을 올라갈 수 있도록 해준다.
비록 보슬비 오는 날일지라도 저마다 비옷과 우산을 꺼내 들고 고려산 중턱에 안개들의 환영 운무가 우리들 마음까지 깨끗하게 정화해 주는 느낌을 준다.
운무 때문에 이산 저산 바라볼 수 없는 풍경이래도 투시력을 발휘해 산정산까지 피어난 철쭉 동산을 바라본다. 희미하게 보이는 철쭉꽃, 연초록과 진초록의 나뭇잎들이 우리들의 마음까지 안락하고 푹신한 마음으로 인도해 주고 있다.
정상에 오르니 내리던 보슬비는 종족을 감추더니 멀리에서 햇빛 조각들이 야금야금 고개를 내밀기 시작하니 고려산 정상에서 바라본 강화지역이 서서히 제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실로 아름다운 풍경이다. 안개들은 떠나가기 싫은지 산 허리에 걸터앉아 쉬이 떠나가지 않는다.
우린 그 모습이 더 아름답다고 연신 카메라에 담아내고 감탄사만 연발할 뿐이다.
고려산 정상에 올라 가만히 생각해 본다.
왜 고려산인지 처음 산행 초입부터 궁금함이 서서히 지명에 관해 이해하게 되었다.
한반도 지리적으로 서쪽 끝에 있기에 고구려, 고려 시대에 얼마나 많은 각축장이 되었는지 역사를 더듬어 보았다. 쉴 새 없이 제일 먼저 방어해야 했던 굴곡진 강화도의 아픔을 되새겨 보니 가슴이 적셔오며 아프다.
어린 철종이 귀양살이했던 강화도, 철종이 살았던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어린 철종이 귀양살이의 숨결을 느껴볼 때 가슴아픔을 함께 느껴 보았다.
철종이 젊은 나이로 귀양살이하던 강화 생가에서 어렵게 살아 내었던 실생활들이 어떠했는지 상상으로나마 느껴본다.
그런 생활 속에서 마을 모 여인을 만나 연인관계가 되고 떨어질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수년이 지나 한양에서는 철종이 임금에 즉위해야 한다고 한양 회군을 명 받아 이 연인과는 결국 떨어지게 되었지만 철종 임금은 이 여인을 잊지 않고 찾아와 후궁으로 모셔가게 되었다.
철종이 머문 강화도 생가는 지금도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그곳을 찾아 피부로 숨결을 느낄 수 있었으니 산행의 묘미도 감탄과 감격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철종 임금과 강화 여인과의 사랑은 임금이 되고서도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알게 되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신분을 뛰어넘은 사랑이었지만 철종 임금의 순애보의 사랑에 예나 지금이나 똑같음을 보게 될 때 인연은 아무 때나 찾아오는 것이 아님을 알게 해 주었다.
아름다운 강화 고려산! 날 좋은 날에 정상에서의 사방을 상상해 보며 운무가 가득한 고려산 산행도 나름 잊을 수 없는 산행길이었다.
비를 맞는 산행은 처음이라 당황했지만 위험한 길이 아닌 잘 정돈된 길이였기에 고마운 산행이 되었다.
고려산과 철종의 이미지를 가슴에 가득 채우고 특히 철종의 총각시절의 사랑 이야기에 더 관심이 가는 이유를 가만히 생각해 본다.
2023.4.16.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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