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말 미안해서 눈물이 난다
임흥윤
너는 최선을 다했는데
그리도 참을성이 없냐고 책망하고
혹사시킨 우매함
육신에게 용서를 빈다
철부지 망나니인 나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니
맛있는 것
먹고 싶다면 맛있는 것 먹여줄 거고
졸음이 오면 푹 재워줄 거고
네가 가기 싫어하는 자리라면 억지로 가자 안 할 거야
너
혹사시킨 것
용서해 줄 수 있겠지
독서할 때
경전필사 할 때
졸음이 오면
하품을 하면서도
네게 짜증 한번 안 부리고 함께 기뻐했지
너만 생가하면
자꾸 눈물이 나
헌혈하라 하면 헌혈했고
금식하라 하면 아무 불평 없이 금식도 했지
어릴 적엔
새 옷 사주면 좋아라
깡충깡충 뛰더니만
성장하면서 내한테 키스라이팅 얼마나 당했으면 입고 다는 옷 멀쩡한데
무슨 옷을 사냐며 새것을 거부하는 너
그리 살면 경제 침체로 모두 알거지 된다고
엄포해도 헛옷 만 고집하는 너
이제는 네 말도 안 들어
맛난 것 먹으러 가자면 배 꼬르륵거려도
배부르다고 거부하는 너
네가 불쌍해
눈물이 난다
늙어 가는 너
앞으로 많이 많이 사랑해 줄게
철이 없어 너
혹사시킨 것 미안해
정말 미안해
2023. 4.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