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끼
오신탁
이끼의 자생지는 돌이다. 응달진 계곡과 습한 산자락에는 파란 이끼는 낮은 곳에서 겸손한 자세로 살아가고 있다. 담쟁이처럼 길게 줄기는 뻗지 못할지라도 자그마한 모습으로 봄부터 다음 해 봄이 올 때까지 생명력을 자랑한다. 생명의 가치와 끈기를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이끼란 이름도 끈기란 글자에서 모방되었는지도 모른다. 가만히 이끼를 들여다보면 왜 그곳에 있어야 하는지 아리송할 때도 있다.
이끼 자신은 미생물들의 안식처가 되어주고 있음을 본다. 사람들은 그런 이끼의 모습을 보고 떼어다 화분에 옮겨놓고 이끼의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본래의 위치를 벗어나 살아가는 이끼의 생명은 끝내 훼손되고야 만다. 사람들의 욕심이 불러온 대 참사다.
고향 적성면 초입에 이끼 터널이 있는데 터널의 벽면은 콘크리트인데도 어떻게 새파랗게 잘 자라고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유심히 살펴보면 울창한 숲이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고 벽뒤에는 습한 땅이 있어 이끼가 잘 자랄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다.
여름날, 우거진 초록의 나무와 이끼의 초록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장면을 연출해 주고 있다.
어릴 적 지하 우물을 두레박으로 물을 떠올릴 때 보면 안쪽 벽면에 새파란 이끼들이 빙 들러서 자생해 물을 깨끗하게 해주는 정화작용 하는 것을 커서 알았다.
아무렇게 돌멩이와 나무에 붙어있다 해서 그저 쓸모없는 이끼는 한뿌리도 없을 것이다.
이끼도 우리가 알 수 없는 생존본능과 생존 가치를 스스로도 알고 있을 것이다.
냇가 고기 잡을 때 이끼들을 쓰다듬어준 경험이 있다.
보드랍고 작고 올망한 잎들이 주는 감촉을 지금도 느낄 수 있다.
물을 좋아하는 이끼, 물이라면 근처 무엇에도 자생하는 이끼를 보면서 눈밖에 있던 이끼들을 오늘만큼은 마음속에 데려와 맘껏 사랑해 주고 싶다. 이끼의 매력에 취해 기쁨을 만끽하는 지금이고 싶다. 산책길에서 이끼를 만난다면 다시 한번 이끼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다.
이끼는 낮은 곳에서 편안한 마음을 주는 식물이기에 더 우리네 마음에 가까이 있다.
어서 이끼를 만나러 가볼 생각이다.
2023.5.1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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