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풀 벌레의 시
천상례
선선한 가을 산책길에 나가면
풀벌레는 자신이 쓴 시를 들려준다
플벌레의 시에서는 플 냄새가 나고
꽃향기도 들어 있다
한참을 머물러 들어보면
정다운 고향의 가을이 곁에 머물고
벌거벗은 동심의 냇물이 흐르고
잊고 있었던 대청마루가 생각난다
그동안 나의 삶은
얼마큼 아름다운 시가 되었던가
되돌아 보는 회상의 시간
바람의 벼랑에서 희망의 끈을 붙잡고
별을 노래하는 풀벌레의 시는
부끄럽지 않은 삶을 하늘에 매달려는 듯
긴 밤 이슬 아래서 거미줄 같이
가는 명줄의 시를 쓴다
(바람의 아픔 시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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