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볼록 거울이 있는 방 보록 거울이 있는 방
역광
마른 갈대가
품 안에 핀 탄식을 배터낸다
갈필로 휘갈겨 쓰는 비망록
상여꾼 선소리로 흩어진 제방에서
풍화된 시간이 실눈을 뜬다
가시연꽃은 북새바람에 꽃을 잃고
살얼음 낀 가장자리 밀어내는 수생식물들 습지가 뉘엿뉘엿 노을을 지킨다
진창을 읽고 가는
새들은 하염없이 둥지를 버리고
흘리고 간 깃털에서 한 생이 스러진다
쇠기러기 편대가 몰아가는
일억 사천만년
불꺼진 수장고를 박차고 날아 오른다
인걸블 타는 저녁의 문장 속으로
선회하는 날갯짓
점점 또는
등
등
등
허공은 새의 발자국들로 낭자 하다
p75
하늘 밑 사리가 익을때까지
산문 열어 놓고
화여에 휩싸인 재의
황금빛 가사를 걸친
적천사 은행나무 다비식을 치른다
주정자를 휘두른 바람 앞에서
천년을 하루 같이
선문답으로 일갈하던 선사들
죄 없이 살다 열반에 들고
나무 삼아 지핀 해탈의 시간들
등심불로 타오른다
면벽 하는 그늘아래서
가부좌 튼 몸에 불붙이는 중생들
실뿌리마다 맑게 트인 물소리
선정에는 무차루가 탱화을 덧칠한다
불꽃들이 끝낸 저녁이
푸르디푸른 불씨를 수습한다
p97
펜회
육필로 쓴
불립 문자
시간의 안쪽
쌍봉 나타는
맨발로 생을 필사해 간다
수수만년 베 도 부족한
사구에서 수없이 무릎을 꿇고
모래의 신전
뿌리째 흔들리는
자문에 열고 들어서면
고요한 필적 사이로
아직도 걷고 있는데 가 보인다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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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륵 거울이 있는있는 방)시집을
감성이 어둔하고 가방끈이 짧은 내는
먼 나라에서 날아온 암호 문자 같은 시어들을
검색해 내것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에 하나하나 마음에 담아 되색임질 해 봅니다
시가 뮈인지도 몰라도
시인되고 싶었던 사춘기 시절로
되돌아가 들꽃이 전해주는 해탈의 숨소리
귀기울여 듣고 싶은 욕망은
어둔한 감성 다독여 봅니다
혼신다해 시를 짖고 싶은 욕망은
노년의 길목에서 서성이면서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끄적이는 날필이
나도 모르는 암호문자인 듯
휴지통은 헝클어진 잡념들로
가득하네요
(불룩 거울이 있는 방 )시집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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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년 12월 7일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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