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정산 가는길
오신탁
들판에 봄의 향기가 피어난다.
참꽃, 복수초, 민들레꽃이 곱다. 사방 이름 모를 꽃들이 한데 어울려 고운 미소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다.
연약해 보이는 들꽃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제자리를 지키는 모습에서 강인함과 생명의 에너지를 느낀다.
황정산을 찾은 것은 푸른 소나무에 매력을 느껴서이다.
황정산은 거의 돌산이나 다름없다. 허연 돌들이 소나무와 함께 서있는 모습들을 바라보면 소나무의 강인함을 볼 수 있다.
크지 않은 푸른 소나무들, 기이한 형태로 이리저리 휘어지며 서 있는 모습에서 힘든 환경을 딛고 서 있는 그 모습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황정산에 가면 조그마한 암자가 있다.
그곳에 가려면 신작로에서부터 걸어가는 길이 있어 사방에서 보여주는 자연경관에 감탄을 내뱉을 뿐 그저 놀라움의 연속이다.
자그마한 소나무들과 청량한 계곡물이 어우러져 자연이 그려낸 한 폭의 그림같다.
발걸음을 따라 계곡물도 속삭인다.
자연 그 자체가 웅대한 연주소리 같이 들린다.
그 소리는 황정산을 넘어 상선암에 도달할때면 넓은 계곡물 소리가 더해져 우렁차게 들려온다.
상선암 골짜기를 따라 끝까지 걸어가면 내 친구 종인이가 사는 벌천마을이 나온다.
종인이는 얼굴이 새까매 학창시절 놀림도 많이 받았던 친구였다. 점심시간 때면 어디론가 사라져 어느날 뒤를 따라가 보니 학교 뒷쪽 수도로 향한다.
꼭지에 입을 대고 꿀꺽 꿀꺽 배부르게 먹는다.
아! 도시락을 못싸와 물로 배를 채우는 모습을 보고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졸업후 읍내 시장에서 만났는데 어머니와 함께 나물을 팔고 있는 모습에 한눈에 봐도 무척 어렵게 자라온 친구임을 알 수 있었다.
상선암 가는 길을 따라 올라가니 종이이네 집이 보인다.
얼굴이 새까매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서로 부등켜 안고 힘들게 살아온 이야기를 풀어 놓을때 함께 울었다. 불쌍한 친구, 어머니께서는 저 세상에 가시고 홀로 살아가는 모습에 가슴이 아팠다.
돌아오는 길에는 배낭속 가득 버섯과 나물을 챙겨주어 친구의 정을 맘껏 나눌 수 있었다.
황정산에 오면 꼭 들리겠다고 약속하며 산새 지저기는 황정산 운치를 감상하며 걸어가는 발자국에는 인연과 사랑들이 함께 반추되어 온다.
상선암에서 내려오면 중선암, 하선암이 있고 더 내려오면 구단양에 도착한다. 구단양에서 바라본 단양호 호수를 바라 보노라면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저 맑고 영롱한 호수와 기암괴석과 소나무로 산새를 이룬 도락산을 한눈에 담아본다.
산에 갈때마다 느끼는 것은 연악해 보이는 꽃들이 환경의 변화에 굴하지 않고 강인하게 존재하고 있음을 본다.
이런 모습을 보고 배우라는 의미인듯 하다.
그저 꽃으로만 바라볼것이 아닌 자연의 들꽃과 새 소리를 들으며 하나 되라는 의미인것이다.
황정산의 가녀린 꽃들은 돌아오는 내내 손을 흔들며 다시 오라 손짓한다.
도를 닦은듯 마음은 가볍다. 신심은 깊어져 하산길에 시원한 바람도 함께해 주었다.
2025.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