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습작
임흥윤
어느 선배 시인이 그렇더군요
시인으로 등단했다고 우쭐 거리는 바보 되지 말라고
시인은
말 그대로 시시한 사람이라고
시어 하나에 목숨 건 사람처럼
한 소절 찾겠다고 낱말과
철자밥에 끙끙 대며 살지 말고
사물을 사물 그자체를 진솔하게 바라보면
멋있는 시인이 아니겠냐고
그런데 습관이 무섭 더라고요
시작노트에 시글 이랍시고 쓰다 보면
유명작가의 시어들 짜깁기 하고 있는 내를 보게 됩니다
시글이 좋다 해서 시가 아님을
타인의 눈에 졸작이라도
내가 좋으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누구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태곳적 신비의 언어
잠든 영혼도 일깨워주는 시어는 사람들이 말하는 세상 언어에서
아직도 찾지 못했어요
제가 가장 존경하는 영적 지도자님께서 말씀하실 때마다 빼놓지 않는 단어 (참 사랑)이란 어휘
이 세상에도 없는 다른 어휘로 표현할 수 없을까 고심도 해 보았지요
가슴속에서부터 뭉클뭉클 솟아나는 그리움을 무슨 어휘로 표현하면 좋을까
궁상떨던 생각들이 비 온 뒤에 죽순처럼 솟아나네요
어린왕자 주인공을 통해
타인을 배려하고 위하는 고결함과 숭고함이 가득 담긴 정 가슴속 깊이 울림을 준 단어들 찾고 싶어
행복한 왕자 소설(오스카 와일드)
몇 번이고 다 외우다시피 읽기도 했지요
상상의 나래 펴서
태곳적 창조 전의
고요함은 어떤 무형의 실체였으며
빛이 있었다면 빛은
어떤 빛이었을까도 생각하기도 해 봅니다
바람소리가 창문을 웅웅 두리릴 때
그 바람의 웅웅 거림이 생명의 숨틀을 여는 소리로 착각하기도 했지요
시 습작은
육체가 아닌 맑은 영혼에
입 맞춤인 듯싶어요
2023. 4. 1(2025년 3월 31일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