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松竹鬱鬱리에 풍월주인 되었구나/이어진

청산 /임흥윤 2025. 12. 19. 14:06



松竹鬱鬱리에 풍월주인 되었구나!
         이어진

梅.蘭.菊.竹 사군자에서 松이 아닌 竹이 들어갔는지,
연유가 궁금합니다. 고향집은 앞에 왕대숲을 이루고 바로 뒷산은 송림으로 울창했지요. 송죽과 더불어 살아보니
松林은 송림대로 웅장하니 멋스럽고, 대숲은 대숲대로
시원한 멋이 나름이라, 차등을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

  하늘빛 맑은 오월의 솔밭을 기억합니다. '그대들
값모를까봐 섣부르게 말할 수 없다'는 느낌 그대롭니다. 눈감고 대숲 소리를 들으면 그만 감동입니다. 멀리서 쏴~아~하는 파도 소리가 들리고, 댓잎끼리 부딪히며 사각사각 거리는 청아함은 어디에도 비할 바 없습니다.

冬嶺秀孤松이라는 시어가 있습니다. 봉래산 제일봉에 독야청청이, 松이 아닌 竹이라면, 아무래도 모양새가 이건
아니지 싶습니다. 눈꽃도 그렇습니다. 적당선에서 눈을
털어버리는 竹에 비해, 松은 끝까지 눈을 이고 버티다가 가지가 부러집니다. 부러질 지언정 숙일 수 없나봅니다.

뿌리를 보겠습니다. 대나무는 뿌리가 성글다고 하지요
쭉쭉 뻗지만 빈 공간을 두어, 다른 풀들이 살아갈 여력을
남겨놓는다고 합니다. 松은 뿌리를 굳건히 내리며 주변을
장악하고 다른 초목의 근접을 엄두도 할수 없게 한답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의미에서 竹에 의미를 더 두었을까요?

그림을 그려 보면 松竹의 맛이 다릅니다. 대나무는 몸과 잎을 그릴때, 쭉쭉 뻗는듯한 붓끝의 시원함이 있습니다.
松은 솔잎과 가지를 그리려면 濃淡과 섬세함의 반복으로
시간이 길어집니다. 시원시원한 대나무와, 우아하고
웅장한 소나무 그림이 완성되기까지 과정이 다릅니다.

  붓끝을  휘~익~ 샤~악~ 촤~악~찹찹...돌리는 맛,
바로 이 부분 같습니다. 솟아 올리다 돌리며 휘어치는 여유로운 붓끝이, 松에서는 사뭇 조심스럽단 말입니다. 시간과 마음을 다지고 모셔야 할 것 같습니다. 부족이 아니라 따로 모신 듯, 松의 오군자 결론을 내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