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이 근질근질/ 이존형

나에겐
그런 때가 있었다.
남다르게 손 발이
유달리 컸었다.
도둑놈 발 같다고
275미리가
그리도 큰 발이었나.
어린 나이에
듣기 싫은
이런저런 소리를 듣고 나면
상대가 없는 주먹질을
자주자주 했으지!
대문 앞에 심어놓은
버드나무에
화풀이를 하였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죄 없는 버드나무에
주먹질이라니
어떨 땐
골목 담장 길에다가
수 없이 주먹을 날렸다.
근질근질하든 주먹이
피투성이였지만
성이 풀리고 나니
주먹이 좀 시원해졌다.
싫은 소리 하기 싫고
싫은 소리 듣기 좋은
사람은 없을터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람을 상대로
주먹질이면 화근이 되겠지만
나무를 상대했으니까
누가 뭐라고 할 사람도 없었지!
지금도
본능처럼 가끔은
주먹이 근질근질했었지만
이제는 나이가 나이인 만큼
체면 때문에 그러질 못한다.
가끔은 인적이 더문
산책길에서
큰 나무를 치기도
아파트 벽을 치기도 하지만
주먹 때문에
시비가 일거나
민폐를 끼치진 않았다.
언제부턴가
주먹은
좀
잠잠한데
대신에
손가락이 근질근질한데
이것은 어느 병원
무슨 과로 가야 하는지
상당히 고민이 된다.
살다 살다
참말로 별스러운
고민거리가 생길 줄이야
손가락에서
더 진행된다면
머리가 근질근질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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