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 시집문고

주먹이 근질근질/이존형

청산 /임흥윤 2023. 3. 30. 16:44


주먹이 근질근질/    이존형



나에겐
그런 때가 있었다.

남다르게 손 발이
유달리 컸었다.

도둑놈 발 같다고
275미리가
그리도 큰 발이었나.

어린 나이에
듣기 싫은

이런저런 소리를 듣고 나면
상대가 없는 주먹질을
자주자주 했으지!

대문 앞에 심어놓은
버드나무에
화풀이를 하였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죄 없는 버드나무에
주먹질이라니

어떨 땐
골목 담장 길에다가
수 없이 주먹을 날렸다.

근질근질하든 주먹이
피투성이였지만
성이 풀리고 나니
주먹이 좀 시원해졌다.

싫은 소리 하기 싫고
싫은 소리 듣기 좋은
사람은 없을터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람을 상대로
주먹질이면 화근이 되겠지만

나무를 상대했으니까
누가 뭐라고 할 사람도 없었지!

지금도
본능처럼 가끔은
주먹이 근질근질했었지만

이제는 나이가 나이인 만큼
체면 때문에 그러질 못한다.

가끔은 인적이 더문
산책길에서
큰 나무를 치기도

아파트 벽을 치기도 하지만

주먹 때문에
시비가 일거나
민폐를 끼치진 않았다.

언제부턴가
주먹은

잠잠한데

대신에
손가락이 근질근질한데
이것은 어느 병원
무슨 과로 가야 하는지
상당히 고민이 된다.

살다 살다
참말로 별스러운
고민거리가 생길 줄이야

손가락에서
더 진행된다면
머리가 근질근질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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