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부천사
임흥윤
가난은
초라하게 만드는 괴물
돈
처다 보기 싫어해야 하는데
신줏단지 모시 듯 살아왔기에
지금까지 목숨 연명해 있는 것 아니가
그래
그랬지
목숨 부지했지
월급날 다되어 가면
쌀독에 쌀도 떨어져
18K 금반지 한 돈
전당포 단골 소 님이었지
자존심이 무엇인지
한품 빌려 줍시오
이웃 친척에게 아쉬운 소리
죽어도 하기 싫었어
허기진 배 움켜쥐고
올망졸망 세 아이 단칸방에서
장모님이 세 아이 거두어 키워 주신 덕에
한품 두품 모아
15평 연립 주택 장만 했을 때
이 세상 다 멎은 듯
개선장군처럼 기뻐했지
돈 있다고
도와주는 걸 은연중에 들어내
자랑하는 꼴불견
허세 부리는
추잡한 꼴불견이지
기부천사는 아무도 모르게
하늘도 모르게
어느 흔적도 남기지 않고
기부하는 것이 참된 기부지
2023. 3.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