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과 / 한영숙
가을바람이
옷깃을 비집고 들어오면
걸쳐 입은 옷을
한 잎 한 잎 내려놓고
벌거벗은 가지에
노란 모습으로
덩그러니 앉아 있었지
딱딱한 몸매는
매력이 없어서
뭇사람 눈 속에서
멀어져 가고
한입
베어먹을 곳 없었지만
너의 향이 배어나면
쓰러져간 웃음을
되찾아 주었어
너의 속내 알아주는
알뜰한 엄마들은
너를 보고 반겼다
우리 집에서는
주스를 만들어서
겨울철
목이 아프면
너의 도움을 청했었지
이쁘다 소리
듣지 못하면서도
진한 사랑내음
남기고간
너를 보면
멀고 먼 뒤안길에
머물다가는
어머니가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