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무
임흥윤
하늘부모님께서
말씀해주신 심정을 부둥켜안고
밀실에 들어가 통곡해 봤는가
본향을 향하는 사랑길이 눈물길일 줄이야
긴 여정의 끝에 매달린 마른 잎새
펜 끝에서 바르르 떨던 시어는
그렇게 나 대신 울고 있었다
침묵의 친구가
조용히 다가와 보듬어 안아 줄 때
떨어지지 않은 입술로
더듬더듬 말했지
아는 게 하나도 없다고
보여도 말할 수 없는 것들이라서
말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도무지 알 수 없는 것들이라서
보아도 보이지 않는다고
더듬더듬 말했지
미로의 끝에서는
사랑 가득 담긴 둥근 일원 이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물숨으로 말하는 듯했다
침묵이....
2023. 6.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