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 시집문고

비행기에서 마난 사람들/정경순

청산 /임흥윤 2023. 12. 25. 08:36


<비행기에서 만난 사람들 시리즈 1>

인생 120년 시대를 맞으려 가자    

                   정경순

노을이 연한 오렌지빛으로 지는
12월 중순 -12도의 김포의 공기
하늘에서 하얀 꽃가루가 바람의 리듬에 맞춰 공항 창밖으로 하염없이 내려온다.
9월부터 12월까지 4차례  한국을
오가며 대학원의 첫 학기를 기말고사까지  겨우 마치고
일본 집으로 돌아오는 하늘길에서
만난 사람은 비행기 옆좌석의
34세의 독신 여회사원이었다.

1시간 40분의 여정, 한국말도 통하고
일본말도 통하는데 빨간 중국 여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신기해서 이야기를 걸어보니 중국에서 태어난 교포 2세였다
지금은 일본 오사카에 거주하며
일본 패션회사에 취직해 한국, 중국을 오가며 일하고 있다고 했다.
18세에 중국 길림성 대학에서 화학과를 다니다 적성에 안 맞아 고민하다
일본어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꿈을 좇아 대학을 중퇴하고 일본 유학을 단행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몸도 약하고 아직 어린 딸을 일본에 보내는 걸
양부모님께서 극구 반대하셨다고
한다. 하지만 딸이 한 달 치 학비만 대주시면 나머지는 다 알아서 살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고는 허락을 해 주셨다고 한다. 일본대학 유학 후 물류회사, 부동산회사, 패션회사, 세 가지의 일을 해 보았다고 한다. 이제는 일에 대해서는 자신이 생겼다며 젊고 밝은 미소로 이야기해 준다. 일찍이 자신의 꿈을 찾아 용기를 내어 시작한 삶, 이제는 자유로이 세계를 오가며  꿈을 이뤄가고 있는 것이 행복하다고 했다.

그런 그녀에게 내 고민을 지그시 내밀었다.
일본으로 시집을 가 30년을 살다가
환갑이 가까운 나이에 노후를 준비할 생각은 안 하고 매달 한국까지 오가며 뭐가 될지도 모르는 대학원을 다니니 비현실적으로 산다고 하는 사람도 있어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아프다고 했더니
그녀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며 자신의 도전 이야기를 해 주었고
나이는 문제가 안된다며 힘을 내라고 해 주었다.

인생의 허리를 돌아 새로운 도전을 해 보는 나, 스스로 몇 번이고 자문을 해 보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들리는 소리는 이대로 한 발 한 발 앞으로 가자고 한다.

미국의 흑인 기업가 크리스 가드너는
‘세상에서 가장 큰 선물은 자신에게 기회를 주는 삶이다 ’라고 한다.

인생 120년 시대라고 하는 요즘 자신에게
기회를 주는 큰 선물을 해 보자!
새로운 꿈을 갖고 인생 후반기를 맞이하자고 한다.
저무는 해는 오늘은 마감하지만 내일 또 떠오른다.  비록 노후는 맞지만 노인으로서 새롭게 떠오르는 삶을 꿈꾸며 살고 싶어 진다.

202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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