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2

당신이라는 기적

청산 /임흥윤 2024. 7. 30. 16:19



당신이라는 기적
                정한경 에세이

좋은 인연


좋은 인연이란
당신의 색을 강요하지 않는다
같은 색을 품고 함께 하기를 요구하지 않는다

각자의 색을 존중하고
그 색을 더 멋있게 키워나갈 수 있도록
서로를 복돋는다

그리고 어느새
그렇게 만들어진 각자의 색이
서로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자연스럽게 만들어내지 못했을
새로운 색깔의 나를 만든다

그렇게 새로이 만들어진
나만의 색깔이 문득
아름답다 여겨질 때

우리는 그 사람을
좋은 인연이라고 부른다 p18

소중한 사람이 건내는 따뜻한 말 한마디는 가뭄의 단비 같은 것
p49

언젠가는 만나게 될지 모른다
사랑이라는 이름이 만들어낸 모든 기적들을 그리고 깨닫게 될지 모른다
그 모든 순간이 기적이였음을 p71


어느 한 시절를 따스히 채워준
그것으로 충분히 그 역할을 다한 시절이었다 한시절를 함께 했던 그들을 떠올리며 가만히 속으로 주얼거려본다p139,


아팠었다는 한마디를 태연히 뱉기위해  무수한 ,아프다, 의 순간들을 버텨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편안하기를 기원해본다p147

(화해 )

한 아이가 있었다
어떤 아픔이 기다리고 있는 줄을 모르고
겁도 없이 발길을 옮기던 아이

원치 않던 고난을 겪으면서도
끗끗이 삶을 알아 가려 애쓰던 아이

한때는 그 아이의 부족함을 미워하곤 했다

지금의 내가 겪는  버거움을
그 아이의 탓으로 돌리곤 했다

만족스러운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던 그 아이를 책망했고
현명한 선택을 하지 못했던 그 아이를 탓했다

하지만 돌아보면 그 아이는 아무런 잘못이 없었다

누구보다 잘 해내고 싶었고
선명희 행복하고 싶었으며
보란 듯이 잘 살아가고 싶었을 뿐이라는 사실을
시간이 흐른 지금에 있어서야 깨닫는다

이제는 그 아이를 사랑하고 싶다

냉정한 세상을 마주하며 자꾸만 넘어지고 낯선 현실 앞에서 자주 고개를 숙였던

부족하기에 눈물겹고
서투르기에 어여쁘던

지난날의 나를 사랑하고 싶다o158


무심코 지나치는 여러 고마움들을 하나씩 마음에 새긴다
부정적인 것들로부터 벗어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것을 밀어내 내려 무작정 애쓰는 것이 아니라 좋은 것들을 채워 놓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p170

(배에 대해서 )

나름의 진심을 담아 건넨 행동이 상대방에게는 원치 않는 행동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상대의 마음을 끊임없이 들여다보려 하는 것이 아닐까
상대가 원하는 것을 알고 자 그토록 노력하는 것이 아닐까

상대가 원하는 배려를 건내고 싶기에
나의 배려가 소중한 사람에게 행복으로 이겨질 수 있기를 바라기에

상대의 행복을 알아가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것이 아닐까p183


(전부였던 것들)

한때 전부라 믿었던 많은 소중함 들이
마음에 커다란 구멍을 남긴 채 그렇게 떠나갔지만
지금 내 마음은 예전처럼 비어 있지 않다

여전히 내 삶에는
저마다의 따스함으로 나의 가슴속을 가득 채워 준 새로운 소중함 들이 존재한다

전부라고 믿었던 것들이 떠나갈 때
어둠이 가득한 방안에서 눈물을 삼켜 내던
그 시절의 내게는 나에게 말해 주고 싶다

떠나간 것들은
가슴 저편에 행복했던 시간으로 간직하라고

새로운 것들이 자리할 수 있도록
마음속 공간을 비워두라고
지금 전부라고 생각되는 것들이
영원히 전부는 아닐 수 있다고p191

(이별위에 남겨진 말)

전달되지 않아도 괜찮은 말

혼자서 토해내는 것으로 족한 말

나에게만 의미 있는 말

닿을 수 없는 것을 향해 있는 말

파도에 쏠려 지워지는 편이 나은 말

잠시 적어두는 것으로 충분한 말

모래 위에  써 내려 가야 하는 말 p192

(마지막 눈)

첫눈을 알아볼 수 있는 것처럼
마지막 눈을 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남겨질 후예가 적었으면 좋겠다는 말입니다p214


어떤 아픔은 가볍게 스쳐 지나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더 깊은 상처를 남기기도 하고

어떤 아픔은 흉터만 남길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행복으로 우리를 안내하기도 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행복 또한 마찬가지라는 사실p234

(다른 꽃 다른 마음)

처음 그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기로 마음 먹었을 때
나는 그 사람을 웃게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꽃을 등에 감춘 채
들키지 않을 각도로 서서
그 사람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 사람이 평소 좋아하는
감미로운 음악을
언제든지 재생할 수 있도록 준비한 채로

나의 계획은
그 사람이 네게 다가오면
한 손으로는 이어폰을 그 사람의 귀에 꽂아주고
다른 한손으로 숨겨둔  꽃을 건네는 것

이내 그 사람이
예측했던 길로 걸어 왔고
나는 준비 대로 실행했다

조금 버벅대긴 했지만
계획은 성공적이었고

내 마음대로 그 사람은
세상이 가장 행복하다는 듯 웃었다

꽃은 해바라기였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우리에게 소홀함이 차올랐을 때
나의 마음도
그 사람의 마음도
예전과 달라졌을 때 쯤

나는 또 한 번 꽃을 샀다

그 사람의 마음을 보듬어 주지 못했던
예전과 같은 뜨거움을 전하지 못했던
그 모든 순간을 만회하고자

소홀함 따위가
결코 우리를 갈라 놓을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길 바라며

나는 그 사람의 회사 앞에 찾아가
처음 꽃을 선물 하던 때의
표정과 몸짓으로
준비해 둔 꽃을 건넸다

그때 그 사람은
내가  거네는 꽃을 받아들고
눈물을 글썽몄다

감동해서가 아니라
고마워서가 아니라
속상해서가 아니라

미안해서

뒤늦게 알았다

그 사람은 이미 속마음으로
나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보다 더 시간이 흘러
그 사람을 향한 원망과 미움이
세월예  흘날려 갈 때쯤

나는 또 하나의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때 그 사람에게 건넨 꽃의 종류가 무엇이었는지
내가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p241


(바다는 파도 없이 빛나지 않는다)

엄마가 아들의 손을 붙잡고 바다를 찾았다
더 이상 나갈 길이 보이지 않기에
자신이 밟을 수 있는 세상의 끄트머리에 온 것이다

더 이상 건널 수 없는 곳
억지로 나아간 들 숨만 더욱 차오르는 곳
그러니 이제는 멈춰 있어도 괜찮다고
발을 건네는 것만 같은 곳
바다는 아픔을 머금고 있는 사랑에 무척 어울린다

파도가 친다

엄마는
아무렇지도 모른 채 자신의 손을 붙잡고 있는 자랑스런 아이를 바라본다

포기해서 안 되는 이유가 있는 한 사람은 이겨내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한 사람은 억지로라도 힘을 내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사람은
이렇게 맞잡은 손을 꽉 쥐어본다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

이렇게 바다를 바라본다
아이가 말한다
엄마 바다가 파란 이유가 뭔지 알아

응  뭔데

바다가 파도에 부딪혀서 파랗게 멍든 거야

천진난만하게 내뱉는 아이의 한마디에 엄마는 마음이 멈춘다
이 아이가 나의 마음을 알고  말하는 것인가

엄마는 뭉클한 가슴을 부여잡으며
아이에게 말을 건넨다

조금만 더 보고 갈까

응 !

두 사람이 맞잡은 손이 힘이 들어간다

엄마는 그때
바다가 정말 아름답다고
그렇게 생각했다고 한다p287


( 사랑)

세상 모든 소음 가운데
누군가의 음성만이 또렷이 들리는 것
그 음성만으로 충분히 살아지는  것 p288

2024년  7월  30일 독서



'독서일기2'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성  (0) 2024.08.10
노화그 오해와 진실  (0) 2024.08.04
완전한 인간  (0) 2024.07.27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것인가  (0) 2024.07.27
천성문학 제11호  (0) 2024.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