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입문
임흥윤
아내가 수필 공부하고 집에 와서는 자랑이다
선생님께서 잘 가르처 주신다며 침이 마르도록 자랑 자랑
은근 슬쩍 함께 수필 공부 해보자고 무력감에 빠져있는 네게 선심 쓰듯 바람 넣는다
학창 시절에도 공부라면 절래 절래 머리 흔들던 불량학생였던 내가
이명에 청각도 맛이 간 늙은 나이에 무슨 수필공부......
무식하면 용감하던 고 한번 도전해 봐
호기심반 설렘반 마누라 꽁무니 따라 도서관을 향해 집을 나섰다
남편이 귀까지 어두운 데다 사회성이 떨어지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아내
(선생님이 강의하신 내용 알아듣지 못해도 질문하지 말라고 신신당부 )
( 이참에 자기 남편이 멋진 놈이라는 걸 보여 줄게 혀가 근질거려도 꾹 참을게 걱정 마)
(강의실에 들어서니 내가 제일 나이가 많은 듯
이왕 왔으니 정신 바짝 차리고 열심히 듣는 체라도 해야지
긴장 한탓인지 또렷하게 선생님의 강의 내용 다는 알아듣지 못해도 알아들을 만하다
(추상어( 사랑. 행복. 희망. 등등...) 잘 쓰면 약이지만 독약이다
될 수 있으면 추상어 대신
구체어( 손. 발. 목소리. 오기. 눈물. 등 등....)로 쓰라
비속어는 쓰지 말자. 글은 자기 얼굴이다
새로운 나만의 것을 쓰기 위해 노력해라
비어있는 것은 빈 데로 채우려 하지 말고 놔둬라 여백이 꽉 찬 것보다 아름다움이다
단문을 쓴다 것은 집중하는 것이다 단문을 쓰라......
수필은 200자 원고지 12~15매 정도가 적당 하다) 노트에 적으며 청강
...........
1강 마치고 휴식시간엔
웅상 도서관 2024년 동아리 작품 전시관을 둘러보는데
헐!
마누라 작품(달빛 만나러)도 액자 안에 담겨 예쁘게 걸려 있는 걸 보니 흐뭇하다
작품 앞에서 인증샆도 했다
2강 시간엔
칼과 도마(심선경 작) 수필을 낭독해주시고
소감을 말씀해 주실 때
소금만이 버석거리는 각박한 삶에 상처받은 몸하나 지탱하기 힘들지라도
소외된 자들을 위해 잠시 쉬여갈수 있는 자그마한 쉼터라도 마련해 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집에 오는 내내 상상의 나래를 펴고( 칼과 도마)를 의인화시켜
수필을 써보고 싶은 욕심에 한 편의 단상들을 모아 모아 머리에 저장해 본다
도마는 칼답지 않게 고개를 푹 숙인 식칼에게 무섭고 두려움 숨기고 태연한 척
고향이 어디며 왜 칼로 태여 났는지 여쭤 봤다
칼: 내는 본래부터 식칼은 아니었어 땅속 깊이에서 살던 평온한 철광석이었어
광부들의 손에 곡괭이로 우리 몸을 부셔서는 삽으로 퍼내 굴밖으로 나왔지
채광된 우리 몸에서는 붉은 핏물이 여기저기 얼룩져 있었지
어디론가 실려 갔는데 그곳은 포항 재철소였어
용광로에서 우리는 뜨거운 열기에 지글지글 꿇리며 철로 새롭게 탄생했지
불순물 걸러 내는 과정
그 참을 수 없는 고통 두 번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아
운이 좋은 친구들은 아파트 철골로 공장 기계부품으로 어느 친구는 예술품으로 진열되어 있기도 하지
난 대장간으로 팔려가 불에 담금질 수없이 당하며 숫돌에 갈리어 식칼이 되었지
나도 내가 식칼이 된 것 싫은데
사람들의 식탐으로 무. 배추. 오이. 양파. 생강.... 살육당한 소. 돼지. 염소. 닭... 도마 위에서 난도질당할 때 우리를 얼마나 원망하겠어
도마야! 너 보기가 미안하고 슬퍼서 똑바로 너를 바라볼 수가 없구나
도마 위에 올린 체소나 육류 난도질하는 소리는 희생당하는 체소나 육류가 서러워 우는 소리야
칼날이 주는 상처 온몸으로 받아 들어야 하는 도마 너와의 악연 순명으로 받아들여
서로를 위로하며 보듬어 안아주는 사이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도 우리의 씨린고통 맛있는 음식을 재공 하는 일에 보답하고 있다고
우리의 맘 남은 악연이 아니고 헌신으로 봉사하는 삶이라고 슬퍼하는 내를 위로하고 싶어
도마 ; 우리 사이 악연이 아닌 순명으로 받아 드릴께... 부끄러워하지도 괴로워하며 울지도 마
나의 고향은 울창한 숲을 이룬 산이였어
나무가지에 앉아 산새들이 지저기며 노래 부를 때는 덩달아 신이 낫지
다람쥐도 우리 몸을 놀이터 삼아 뛰돌며 좋아라 할 때 그때가 천국이었어
내도 제재소에 실려가 에리 한 톱날에 잘리어 도마가 되었지
믹셔기 돌아가는 윙윙 소리만 들려도 재제소 톱날에 몸이 잘려 나가던 그때의 공포에 시달리곤 해
너의 숨어 우는 칼날로 음식 다독이는 설음
너와는 피할수 없는 악연이라 할지라도
어쩔수없이 아픔주며 부딧치는 숙명 탓하지말고
우리사이는 원수가 아니라고....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며 살자
2025년 2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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