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변
임흥윤
아침 이불밑에서 이리둥글 저리둥글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자유천지를 훨훨 날아본다
어둔한 감성에
(진리가 너를 자유케 하리라)는 성서 한 구절이
생각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진리는 나를 자유케 하는 게 아니라 구속하는 것 같아서...
미성숙한 네게 진리는 자유가 아닌 지켜야 할 계율로 가다 오기 때문이다
善이란 행위도 자유의 지안에서 행하는 것이 아니라
양심이 선을 행하는 삶이 아니면 불안해하며 괴로워하기에
어쩔 수없이 행하는 선이 위선은 아닌가 자문해 본다
율법에 매인 자유롭지 못한 삶인 듯싶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하고
침대에서 이리 둥글 저리 둥글
고개를 잘래 잘래 흔들며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몸
침대에서 일으킨 것은 괄약끈이 약해 참기 힘든 변을 배설하고 싶은 생리가 고맙다
아이고
예쁘기도 해라
시원한 쾌변에 미소 머금으며
쏴! 변기물을 따라 변기통에서 사라지는 변을 흡족한 눈으로 바라본다
똥 보고 예쁘다는 사람 당신 말고 또 있을까
내 혼잣말 아내가 들었나 보다
아내한테 지지 않고 구구 절 절 똥 철학을 늘어놓는다
똥
냄새도 고약하고 더럽다 생각하면 더럽고 추한 것이지
그래도
어찌 보면 희생봉사한 눈물겹도록 불쌍한 놈이야
사람의 입에서부터 위장과 내장에서 찢기고 짓이기며 영양분 다 빼앗기고
배설되는 운명 슬픈 숙명 아닐까
사랑받고 추앙받아야 할 녀석이
추하고 더럽다고 버림받는 운명이라니 이보다 더 처절한 슬픔은 세상에서 드물게 야
나는 똥을 보면서 성자의 삶을 생각하곤 해
그래서 똥을 추하다 하지 않고 황금 보듯 하기로 했어
시기 질투 대신 서로가 서로를 위하여 사는 웃음 가득한 건강사회를 꿈꾸며
(똥)처럼 살고 싶어
더러움 속에 숨어있는 아름다움이 눈물을 만들어 내
탐스럽게 익은 바나나같은 너를 흘려보내지 못하고 바라보면
네가 고맙고 감사해서 너는 네가 아니고 나임을 알게 되지
본연의 모습 그대로
푸른 채소를 먹으면 푸른빛
붉은 육고기를 먹으면 황금색
과식이나 상한 음식을 먹으면 체하거나 설사로
있는 그대로 본연의 모습 드러내는 정직한 너
나는 너(똥)처럼 살고 싶어
내가
아침부터 콧노래 부르며 흥얼거림은 시원한 쾌변 때문이야
2025년 3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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