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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말씀 작작 하시오

청산 /임흥윤 2026. 2. 7. 17:24


더 큰 울림으로 시대를 꿰뚫는 문제적 시
              



그런 말씀 작작하시오




나도 사실 기쁜 소식

전해 본 적 없지만

요즘 너무들 하시오

더구나, 저의

뱃바닥 같은 소리까지

_강영준



자신의 몸 일부가 검은 줄도 모르면서 남의 흉을 보고 다니는 사람을 ‘까치 뱃바닥만 보는 사람’이라고 한다. 까치는 목을 돌려 봐도 자기 몸의 검은색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고개를 숙이면 배 부위의 흰색 털이 보이므로, 자신의 몸은 희다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까마귀는 검다'라고 오히려 비웃고 다닌다는 것이다. 위 디카시는 인터넷 중계기 안테나를 보며, 뭔가를 말하는 것 같은 까치를 포착하여 “...저의/ 뱃바닥 같은 소리까지” 한다라며 '까치'라는 화자를 동원한 시대의 헛소리들을 비웃는 풍자시(諷刺詩)다.

공중에서 벌어지는 전투기의 싸움을 도그파이트(dogfight)라고 한다. 이 싸움에는 눈으로 상대를 보면서 싸우는 시계내(視界內) 공중전도 있지만, 보이지 않지만, 전자병기로 싸우는 시계외(視界外) 공중전도 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세상의 기득권과 정치인들에 의해 자기들끼리의 도그파이트 같은 공중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한 가운데 있는 형편이다. 그들은 서로 국민을 위하는 일이라고 하면서도 국민의 평균적 상식이나 이치에도 맞지 않는 "까치 뱃소리"를 내뱉고 있다. 따져보면 자기들의 이익이 우선인 게 대부분이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이쪽에서도 저쪽에서도 이용당하고 있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그런 말씀 작작하시오”라는 제목에서 '작작(鵲作)은 '까치가 지어낸 헛소리'라는 뜻이다. “나도 사실 기쁜 소식/ 전해 본 적 없지만/ 요즘 너무들 하시오”라고 했다. 사람들이 까치를 기쁜 소식 전해주는 길조(吉鳥)라는 이미지를 덧씌웠지만, 까치는 농부가 피땀 흘려 농사지은 과일의 맛있는 부분을 골라서 파먹는 해조(害鳥)라고 한다. 오히려 까마귀는 벌레나 해충을 없애주는 인간에겐 유익한 새다. 그래서 '까치 뱃바닥 소리'는 "까치보다 못한 인간 군상의 헛소리자 개소리"라는 뜻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해리 G 프랭크퍼트’ 교수(프린스턴대)의 저서 ‘개소리에 대하여’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거짓은 진실을 왜곡하여 상대방의 오해를 유도하는 행위이지만, ‘개소리(bullshit)’는 거짓소리보다 더 큰 문제다. 거짓말하는 사람은 적어도 진실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나, 개소리하는 사람은 그저 사람들의 관심을 돌릴 수만 있다면 양심의 가책도 없이 해버린다. 어떤 사람은 그것을 애국심이라고 포장하고, 어떤 사람은 예술적으로 사람을 홀리기도 하는데, 그 소리도 자꾸 듣다 보면 진실과 혼돈된다. 그 개소리의 세계적 중심이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고, 각 나라의 정치 지도자가 그 정점에 서 있는 사람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이젠 동맹이나 우방, 적국 가리지 않고 국수주의적 아무말 대잔치가 판을 친다. 신뢰를 회복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오히려 배척받는 시대에 접어든 느낌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난무하는가? 자기 진영에 도움이 되는 개소리는 싸움박잘 잘하면 '벼슬'이 되기도 하고, 개소리를 예술적 경지로 하는 사람은, 국민은 죽든 말든 자기 출세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지지하는 편향된 유튜브 등을 운영하면 팬덤(fandom)이 생겨서 돈과 명성을 얻기도 하는 기막힌 현실 때문이기도 하다.

기존 언론은 팩트체크 역할도 잘 안 하고 개소리에 둔감하거나 동조하기까지 하고, 진실한 소리는 외면받기도 하지만, 시를 쓰는 사람만이라도 ‘탈진실’(Post-truth)과 개소리(bullshit)의 공화국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시인은 가장 순정한 언어를 다루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시인조차 진실을 덮는데 부역하면 사회는 알게 모르게 새로운 암흑기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오늘, 강영준 시인의 저 디카시는 그런 사회 현상에 던지는 화두다. 시나 디카시는, 매끄럽게 잘 쓴 신변잡기보다는 시대를 꿰뚫는 문제적 시가 훨씬 큰 울림을 줄 수 있다. 그런 울림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와야 세상이 바뀐다.



글_ 이어산(시인, 한국디카시학회 회장)



신정균 기자
dailyg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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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산○○○ (비회원)
6시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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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을 허락해 주신 데일리경남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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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0
박주○ (비회원)
7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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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 있는 디카시와 마음에 새겨야 할 멋진 평설 배람합니다.
토요 예술디카시 산책은 깊이 있는 디카시를 쓰고 싶은 마음에 기댈 수 있는 큰 언덕이 될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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