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 시집문고

편지

청산 /임흥윤 2024. 9. 29. 11:33


편지
    오신탁

  편지를 써 본지도 언제인지 까마득히 잊혀졌다
그리움이 사무칠때면 언제 누구에게라도 손편지를 써 보내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다.
하지만 요즘은 핸드폰 문자와 카카오톡이면 얼마든지 소식을 주고 받을 수 있다.
아날로그적 시절의 손편지 쓰기가 그리운 까닭은 왜일까?
그 시절 편지쓰기의 진실된 감성들이 떠 올라서일까?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추억 때문일까?
지금이라도 추억이 베어있는 지인께 지나온 과거의 일들과 지금까지 고마웠던 일들, 진실되게 손편지를 써보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매번 마음을 가다듬고, 자세를 가다듬고, 막상 써보려 해도 펜을 놓게된다.
디지탈 문명에 익숙해져서일까?  쏱아지는 정보의 소나기를 맞으며 살고 있는 지금, 편지 쓰기는 쉽지않다.
중학시절, 고등학생인 누나는 중.고등학교인 고등 선배에게 편지를 전달하는 것도 곤혹이었다.
어떨때는 셈이나 몰래 읽어보고 찢어버리기 일쑤였다.
연애편지인 것이다. 그 덕분에 선도부 선배를 두어 편안한 고등생활을 할 수 있었지만 지나고 보니 모두 재미있는 한때의 모습들이었다.
그즈음, 성화시절, 믿음의 어머니를 뵙고 수많은 편지를 받게 되었다.
시골에 거주했기에 일요일마다 참석못해 편지를 통해 말씀과 신앙지도를 받는 편지를 접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청년시절, 농사를 지을때도 수많은 편지를 통해 글쓰기에 눈을 떳는지도 모를일이다.
지금도 시골집 빈집 책장에는 믿음의 어머니께서 보내주신 편지들이 먼지를 뒤집어 쓴채 누렇게 변해 고스란히 꼿혀있다.
기회가 되면 얼른 가져와 아름답게 꾸며 장식해 놓을것이다.
너무나 귀한 편지글이다. 컴퓨터 자판이 아닌 손글씨의 아름다움이 주는 사랑스런 글씨체를 통해 또는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통해 마음을 읽을 수 있었으니 이 보다 더 진한 감동이 어디 있을까? 지금도 현관앞에 있는 우체통을 보면 손 글씨로 된 편지를 보게된다. 반갑게 기쁜마음으로 정성스럽게 개봉한다.
보내는 분의 마음만큼 열어보는 경건한 자세를 갖고 싶기 때문이다.
편지란 보낸 사람의 숨결이 베어있는 인격체나 다름없다.
인격체를 대하는 공경함이 있어야 글 쓴 사람의 심증을 오해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손으로 쓴 편지의 교류에는 그런 향기가 있었다.
사람을 존중하고, 인품을 높이고, 서로의 삶을 경외한다.
그리움을 고무하는 아름다움, 옛날 한때 즐겨 사용하던 필기 도구들, 지금도 눈앞에 훤하게 다가온다.
볼펜이 아닌 붓글씨의 필기도구라 한자마다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 글은 엉망이 되기에 정성을 다해야 했다.
  이제는 휴대폰이 생기면서 편지 쓰기는 나의 곁에서 사라진지 오래되었다.
그래서 지금 쓰고 있는 글도 핸드폰 자판이 아닌 백지위에 글을 먼저 쓰는 습관을 들였다.
왜? 편지 쓰기와 같은 글쓰기이니, 글을 쓰면서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어서이다.
더 많은 지식과 감성들이 쏱아지기를 기대하지만 한계가 있음을 느낀다.
진실되게 거짓없이 처해있는 그대로를  쓴다면 그것이 진정한 편지일 것이다. 편지는 글쓰기와 동일하다는 생각이다. 편지는 당사자가 보게되는 글이다.
글쓰기도 누군가 보고 있기에 거짓이 있어서는 안된다. 진실된 사실만을 써야한다.
더하지도 빼지도 않는 진실함을 편지를 통해 전달 되어야 한다.
손글씨 편지는 마음을 전달하는 통로이기에 더 정성을 다해야 한다.
편지 쓰기는 마음속 깊이 진하게 남아있기에 마음을 다해서 도전해 볼 생각이다.
옛 추억과 감성을 살려낸다면 그때 못지않은 편지의 아름다움은 살아날 것이다.
그러기에 마음을 가다듬고 정성을 다해 볼 생각이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서....

                                      2024.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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