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흥윤자료방/행복 심정 글

대궐의 부름

청산 /임흥윤 2025. 12. 10. 13:36



대궐의 부름  (看書痴  이덕무)
        이어진

사람으로 태어나 가장 비참한 것은 쓰일데가 없다는 것입니다. 불혹에 이르도록 한 일이 무엇인지, 할 줄 아는게 무엇인지 생각하다보니 서럽기만 합니다. 부모님 앞에 면구스럽습니다. 처자에 부끄럽습니다. 외아들이 혼례 치를 나이가 되고 보니 겁이 덜컥 납니다.

이전에 태인 현감으로 부임한, 담헌 홍대용이 이르기를 전하께서 '능력이 출중한데 쓰이지 못하는 인재' 이야기를 자주 하셨으니 좋은날이 올것이라 힘을 주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마흔을 코앞에 둔 1778년 중국 사신으로가는
연행사의 수행원으로 선발됩니다. 진정 벗들의 공입니다.

  꿈같은 일입니다. 이덕무 유득공, 박제가와 드넓은 중국땅을 먼저 밟고, 뒤이어 연암선생께서도 연경에 오셨습니다. 청나라의 생활과 앞서가는 문물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천하의 책이 청나라에 다 모였는지
각 상점마다 산처럼 쌓인 서책에 놀람조차 넘어섭니다.

조선에 돌아와 비교해보니, 백성의 삶은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국가 재정은 바닥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궁궐 사람들이나 사대부는 팔짱만 끼고 모른체 합니다.
가슴에 대륙을 품고 조선에 돌아 온 우리는 각자가 보고 느낀 기록을 책으로 만들기에 만날 겨를도 없었습니다.

열하일기, 북학의, 발해고, 이십일도회고시,가 나옵니다.
배움은 실행해야 배움이라는 사상을 우리 조선땅에
심어야 한다는 각오가 단단해질 무렵입니다. 1779년 여름
대궐의 부름을 받았습니다. 박제가. 유득공,이덕무 서리수
네사람은 학문기관인 규장각 검서관을 임명된 것입니다.

관복을 입고 처음 입궐하는 날, 아버님께 절을 하는데
눈물이 흘러 내립니다. 아버님께서 목이 잠긴 목소리로
말씀 하십니다. ' 밝은 세상을 만나 이제야 빛을 보는구나!'  아~아~~버려진 물건처럼 이리저리 구르던 우리들의 삶도 이제 쓰일데가 있다는 것이 감격스러웠습니다.

전하의 은혜가 무량합니다. 하늘 우러러 분명 아룁니다 여한이 없습니다. 규장각 서고에 가득한 책들 속에서 좀벌레로 늙어 간다 해도 좋겠습니다. 뽀얗게 쌓인 먼지를 털어 내고 세상의 빛을 향해 나온 책들처럼, 벗들과 나의 시대는 이렇게 새롭게 열리고 있는 것입니다.

***
선생은 규장각 검서관으로 忠孝를 다합니다. 적성 고을 수령으로 부임해 선정을 베풀기도 합니다. 51세 되던 해
1793년 1월 25일, 과로와 몸살로 기운이 없다~ 꿈에 백탑아래에서 벗들을 만났다는 日記를 씁니다. 그리고
다음 날 돌아가십니다.

'임흥윤자료방 > 행복 심정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효원 삼행시/김형근 시인 작  (0) 2025.12.13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소리  (0) 2025.12.11
윤회  (0) 2025.12.09
천일국의 꽃노래  (0) 2025.12.08
이정화 삼행시/김형근 시인 작  (0) 2025.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