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회梅 (看書痴 이덕무)
이어진
글공부 말고는 달리 할 줄 모르는 고리타분한 사람인데
한 가지 취미가 있습니다. 밀랍으로 輪廻梅를 피워내는
일입니다. 벌꿀 찌꺼기 밀랍 덩어리를 끓여 여러번 거르면
말간 액체가 되지요. 대부분 초를 만들거나 활판 모형으로 사용하는데, 매화 꽃잎을 만들기도 합니다.
말 그대로 돌고 돌아 윤회하여 된 매화라는 뜻입니다.
꽃잎 만들기가 가장 어려운데 민첩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다섯장 꽃잎에 노루털 꽃술을 달고, 청록색종이로 꽃받침을
붙이면 비로소 한송이 매호가 피어납니다.기품있게 생긴 매화가지에, 여러송이 윤회매를 피워 놓으면 보기좋습니다.
벗들도 윤회매를 따라 만드는데, 주인을 닮는가 봅니다.
박제가의 매화는 어딘가 쓸쓸하고, 유득공의 매화는 매우
싱그럽고 화사합니다. 가끔 술 한병 들고 와서 매화를 사
가는이가 있는데, 부끄럽기도 하고 은근히 대견합니다.
내 노력으로 벗에게 술을 대접할 수 있어 흐믓합니다.
윤회매 만들기를 좋아하는 까닭은, 그 순간 집중력으로
다른 모든것을 잊을수 있기 때문입니다. 손끝에서 피어날
투명한 매화에 대한 기대 때문입니다. 밀랍 찌꺼기가 아름다운 꽃으로 태어나듯이, 언젠가 꽃처럼 피어날 날이
올것이라는 희망이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우리 벗들은 윤회매를 앞에서, 뒤에서, 위에서, 아래에서, 멀리서, 가까이서 혹은 그림자 형상으로 감상하며 시문을 주고 받았습니다. 그중에 박제가의 詩가 오래도록 가슴에 남았습니다.
' 벌이 채취하기 전에는 나도 저러 하였건만
윤회의 중간에는 어찌 되었는지 알 수 없네'
***
우리의 삶도 윤회의 한 부분일까! 나와 우리도 저 꽃처럼
곱게 변화할 순간이 올까! 언젠가 돌아 갈 자리가 있을까!
그렇다면, 그러려면, 노력하며 기다려야지, 벌통에서~ 밀랍으로~밀랍에서 말간 액체가 될 때까지~ 활활타는 고통쯤이야 견뎌야 하겠지. 내 삶이 새로워질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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