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호지
송묘숙
하루 24시간이 너무도 짧다. 하늘이 인간 모두에게 공평하게 선물 해 주신 하루
그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이면 녹초가 된 몸으로 아버지 오늘도 지켜 주셔서 감사합니다하며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나는 24년 전에 선문대학교의 학생회관에서 문구점을 시작한 후 15년의 영업을 마감하고 지금은 백석대학교 앞에 100평짜리 매장을 마련하여 아들에게 물려준 지 올 4월이면 10년째에 접어든다. 선문대학교는 72년도에 아버님께서 전국의 16회생들을 소집하여 통일 신학교라는 이름으로 51년 전에 출발하였기에 통일신학교가 전신이다. 내 나이 53년생 이니까 올해로 71세가 되었다. 예전에도 늘 그러했지만 어제 보다는 오늘이 오늘 보다는 내일이 더 행복했다.
매일 아침 5시 30분에 알람을 해 놓고 부엌으로 나가서 매장에 가지고 갈 국과 반찬 한두 가지를 하며 6시훈독회에 참여 한다. 남편은 정장을 입고 화면 앞에 앉아서 줌 예배에 참여 하지만 나는 그럴 수가 없어서 비디오를 끄고 음식을 하면서 참여 한다. 6시 40분 새벽훈독회가 마치는 시간에 아침밥상을 준비 완료하고 남편과 손주(11세) 이렇게 셋이 함께 식사를 한다. 남편은 훈독회를 마치자마자 손주를 깨워서 식탁에 데리고 나오고 식사 후엔 빨래를 널거나 정리해주고 청소와 출근 준비를 도와준다. 매장 점심식사 5명 저녁에 3명 그리고 아침 식사 준비까지 매일 11명의 식사 준비를 해야 하니 만만치가 않다. 설거지를 마치고 도시락 준비와 출근 준비를 하는 내 손길이 무척 바쁘다. 7시 20분에 집을 나와 손주를 차로 안서초등학교에 내려주고 8시~8시10분에 오전 운동을 하기 위해 천호지를 남편과 한 바퀴 도는데 30분정도 소요 되는데 나의 24시간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호지는 천안 단국대학교 옆에 있는 아주 큰 연못으로 천안시의 주민과 학생들이 걷기와 휴식, 운동을 하고 레포츠 시설이 잘 갖추어진 천안의 10대 명소중 하나다. 농사철인 5월이 되면 농부들의 논에 물을 대기 위해 연결된 수로를 통해 물이 빠져 나가는데, 그래도 이 연못이 마른적은 한 번도 없다.
물은 생명의 원천이며 삼라만상은 물론 인간도 물이 없으면 살아 갈수 없으리라. 요즘은 봄을 알리는 수양버들이 연한 연두색으로 물이 들고 걷는 길가에 어린 쑥이 수줍게 올라오고 있고 소리제도 예쁘게 올라오고 있다. 걸음을 걷다가도 어머나 쑥이다 하며 어루만져 보기도 한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소리제를 뜯고 쑥이며 냉이 산나물을 한 바구니씩 뜯어다가 엄마에게 들리면 ‘아이구 우리 묘숙이 나물 손도 걸다’하시며 참기름과 깨소금을 듬뿍 넣어 맛나게 무쳐 주셨다. 동생과 빨래 웅덩이에 얽은 채를 가지고 가서 풀잎을 발로 밟아 미꾸리를 몰아 채를 건져 올리면 꾸물꾸물 손가락 굵기의 미꾸리들이 한 웅큼씩 들어있었다. 그 미꾸리에 엄마가 소금을 뿌리면 거품을 내 품으며 난리가 난다. 그 미꾸리를 통째로 넣어 끓여 주시던 추어탕의 맛이 요즘 사 먹는 추어탕에 비길 바가 안 된다. 요즘처럼 봄이 오면 쑥버무리, 쑥개떡, 추어탕, 나물무침 같은 고향의 엄마 손맛이 더욱 그리워진다.
천호지 주변을 걷다보면 갖가지 새들이 지저귀고 그중에 특히 까치가 가까이서 반겨 줄때가 많은데 그때마다 오늘은 무슨 좋은 일이 있으려 나 기대를 하며 하루를 맞게 된다. 신기 하게도 80%는 예상이 적중하여 반가운 소식이 오거나 생각지도 않은 횡재(?)가 생겨서 보호령이 동행 하고 하늘이 지켜 인도해주고 계심을 실감하며 살고 있다. 하루는 걷기 초반과 후반에 까치가 손에 닿을 수 있는 바로 앞에 와서 재롱을 떨기에 이상도 하다고 여겼는데 다음날 오상진 교구장님과 권순구 목사님께서 심방을 오셨다. 천승기금을 1수인 기본만 해 놓고 있는 상태라 부담 없이 두 분을 맞이했는데 별안간 몇 년 동안 적금을 부어온 만기가 다음날인 것이 떠올랐다. 몇 년 만에 처음 심방을 오신 것이기에 하늘을 기쁘게 해 드리려면 그 적금을 천승기금으로 봉헌 해야겠다는 계시가 내려서 보고를 드리니 마음이 그리 기쁠 수가 없었다. 그리하니 그 이상의 액수의 돈이 생각지도 않게 생겼다. 그렇다. 앞에서 재잘대던 까치가 어둔한 내 머리를 깨우치게 해 준 것이다.
축복을 받기 전 심지 뽑기에서 경북 청도를 뽑아 참 부모님께서 주신 씨돈 3000원을 받고 축복 받기 전까지 임지를 지킬 때 꿈이 너무 정확히 맞아서 밤에 잠자리에 들기가 무서웠다. 그 무렵에는 유체 이탈과 악마와의 사투를 자주 해서 항상 원리강론을 가슴에 안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곳에서 대구에 일주일에 한명씩 수련회를 보내며 이서면 양원동에서 많은 청년과 처자들을 전도 했는데 축복 받은 후 3년 임지를 마치고 돌아와 정말 빈손으로 가정 출발을 하고 아주 어렵게 살 때 그들이 협회에 연락하여 나의 거주지를 알고 연락을 해올 때 그들에게 밥 한 그릇 사서 먹이고 차비해서 내려 보낼 형편이 안 되어서 숨어살다시피 한 나의 부끄러운 과거를 고백하며 지금 가슴을 치며 통곡하고 싶은 심정이다. 그래도 그곳에서 전도된 구은지씨는 청양교회의 신철원 목사의 사모로서 40일 금식 등 천보가정으로서 일당백 아니 일당천을 하는 통일가의 성녀이며 천승기금도 융자를 받아서 43수를 하였고 그 기금을 갚기 위해서 목회 사모가 요양 보호사로 취업을 한지 수 개월 째이다. 하늘은 절대 손해 보지 않으시는 분이시다.
72년도에 수택리에서 통일신학교 공부할 때 이층 침대에서 잤는데 유체 이탈이 자주 되어서 영인과 대화도 자주 하였고 영인도 육신과 똑같이 오관이 뚜렷하다는 사실을 체험하니 원리가 얼마나 위대 한지 실감하면서 살고 있다. 사랑과 영혼 영화가 실감이 났다. 밤에 꾸는 꿈이 일주일 안에 현실로 나타나는 것을 경험하여서 일상에서의 작은 경험도 영계와 연관 되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고 우연이 아님을 나는 알고 있다. 부모님과 친구들의 강력한 반대를 이겨 내고 선택한 신앙 길 이었고 50여년 동안 자신과 가정을 지켜 주시기 위해 크신 사랑으로 함께 해 주신 하늘 앞에 항상 감사드린다.
천호지를 걸을 때 무한한 상념의 세계에서 만물과 대화 할 수 있고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선물 해 주신 분과 참부모님을 만나 원리인으로 살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남편과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
예전에는 빚만 없으면 행복 할 것 같았다. 20여년전에 선문대에 처음 올 때 빚이 1억이 있었고 문구점 물건 값이 없어서 외상으로 물건을 들였다. 지금은 자녀 둘도 2세 축복을 받아 자리 잡았고 우리 가정이 천보가정으로 등재할 수 있게 되었으니 이 얼마나 엄청난 축복을 받은 것일까 생각한다. 남편은 나에게 당신이 교회 일을 열심히 해서 우리가 복을 많이 받은 것이라고 말하지만 배후에서 살아 역사 해주신 하늘 부모님의 사랑임을 나는 알고 있다.
천호지에는 천연 기념물 330호인 수달이 살고 있고 4월이면 노란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반겨주고 5월이면 아카시아 향기가 어떤 향수보다도 진하게 코를 자극해준다. 연못에서는 각종 고기들이 노닐며 후대를 위해 방사하고 물결을 일으키며 사랑의 표적을 남긴다. 거북이들은 새끼들을 이끌고 혹은 등에 업고 따뜻한 물가로 나와 햇볕을 쬐고 있다. 이름 모를 나무들이 양팔을 벌리고 ‘축복중심 가정님 어서 오세요’ 하며 매일 매일 반겨준다.
작년 7월부터 천호지를 새롭게 단장하여 지금 마무리 작업이 다 되어서 걷는 길이 더욱 새롭다. 나는 친구나 손님이 오면 천호지를 함께 걷고 식사를 한 뒤 천호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찻집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며 좋은 인연을 만들고 있다.
우리 부부의 일상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천호지, 육신은 나이 들었어도 마음이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천호지, 그 천호지를 우리 부부는 사랑한다.
이 천호지를 앞으로 10년 20년 걸을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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