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 시집문고

가을에 찾아온 기적

청산 /임흥윤 2024. 11. 9. 09:08



가을에 찾아온 기적
                      오신탁

지금은 가을이다
초록이 서서히 옅어지더니 드디어 붉고 노란색이 되었다.
원래 나무들 고유의 색이 있다고 들었다.
은행나무는 노랗고, 단풍나무는 빨갛게, 좋아하는 본연의 색으로 자리를 찾았다는 뜻일 것이다.
누구나 자연과 연결되어 있는 삶을 사랑한다.
낙엽들은 뿌리의 이불과 거름이 되어 영하의 날씨를 견뎌낼 것이다.
드디어 봄이 오고 봄은 인간들에게 감격과 감동으로 몰아갈 것이다.
지금 하나씩 떨어지는 낙엽들이 모두 땅속으로 스며 들어서 땅속엔 각양각색의 색채 공장을 만들어 봄이 되면 오묘한 빛깔들의 꽃을 온 세상에 피어나게 할 것이다.
자기 일에 매진하는 푸른 하늘이며 그 중간을 나는 새떼들을 보면서 우린 너무나 큰 선물을 받으며 살고 있음을 느낀다.
자연은 늘 기적을 선물해 준다.
우린 느끼지 못할 뿐 기적의 현장을 보면서 마음이 묻혀졌는지 눈만 동그랗게 떠 있을 뿐이다.
은행나무 하나만 바라보아도 샛노랗게 물든 순금빛이다.
지난달까지 초록이던 나무가 노란 몸으로 변신해 있으니 우리 눈이 이런 모습을 해마다 익숙해져서 그렇지 이것이야말로 기적 같은 일이다.
순금빛의 은행나무를 한참 바라보면 느낄 것이다.
나무들은 자기 변혁의 능란한 힘을 가지고 있다.
추위와 배고픔에 떨던 대지를 일시에 초록으로 바꾼다.
그러다가 가을이 되면 원래의 색으로 갈아입고 아름답게 멋을 자랑하다가 떠날 준비를 한다.
그런 순환의 모습만 보아도 위대한 기적을 늘 보여주고 선물로 주고 있다.
우리는 평생을 살아가며 몇 번의 기적을 꿈꾸고 사는지 오늘 아침, 곰곰이 생각해 본다.
나무의 지극히 높고 아름다운 신념을 배우고 싶다.

                               2024.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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