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필을, 쓰려할 때
신진철
수필을 - 쓰려할 때 글감이 잘 떠오르지 않을 때는 서간체書簡體 형식의 수필 쓰기가 좋은 것 같습니다. 대상 선정에 따라서 추억, 그리움, 회상, 시간의 소중함 등등 글감을 불러들일 게 참 많으니까요. 오늘은 떠나간 친구에게 편지를 써 보았습니다.
너의 이름을 부른다
가을 바다에서
친구야, 그곳에서는 평온하겠지.
아픔도 사라진 세상에서
자네는 여전히 그 밝은 웃음을 짓고 있을 것만 같네.
나는 지금 가을바다 앞에 서 있다네. 여름의 뜨거운 열정이 빠져나간 자리엔, 깊은 사색이 그 자리를 대신하여 출렁거린다네. 문득, 우리 청춘의 여름이 아스라이 파도에 밀러오더구나.
어느 날이었던가.
경부고속도로가 처음 열리던 날,
우리는 마치 새 세상이 우리 앞에 펼쳐진 것처럼 설렘만을 가득 싣고 택시를 타고 달렸지.
차창 밖으로 스치는 여름밤의 냄새가 동래에서 통도사로 데려다줄 때까지.
그리고 해운대 여름 밤바다.
그날 밤의 파도는 유난히 시원했고 발바닥 아래 모래는 뜨거운 우리 마음 같았지.
우리는 청춘의 열정을 해변에 쏟아붓듯 밤을 지새웠지.
하늘에 뜬 별들보다
자네의 웃음이 더 밝았던 그 여름밤, 나는 아직도 그 밤을
잊을 수가 없네.
군문에서 함께 보낸 날들도
또렷하게 떠오른다네.
새벽안개를 함께 맞으며
똑같은 공간을 디디고 똑같은 바람을 맞던 그 시간들,
서로의 젊음을 나누며 견디던
말 없는 우정의 계절이었지.
세월이 한참 흘러서도 우리는 늘 그 여름처럼 만났지만, 어느 날 웃음과 슬픔이 함께하기 시작했네. 팔공산 미나리 파티에서 나누었던 유쾌한 시간들, 다대포 바다를 바라보던 자네의 슬픈 눈동자, 이별의 예감인 줄 알면서도 모른척했네.
그러나 자네 몸이 아파옴을 말없이 나누면서, 여름의 빛은 조금씩 바래기 시작했지. 자네가 그날 파도를 바라보는 모습은 마치 바다와 작별을 나누는 듯했네.
그리고 결국
자네는 바다보다 더 넓은 하늘로
먼 길을 떠났지.
이제 나는 가을의 바다 앞에 혼자 서 있다네. 바람은 서늘하고
파도는 조용히 부서지고 있네. 모래는 차갑지만, 그 위에 내려앉는 햇빛은 묘하게 따뜻하네. 마치 자네가 잠시 스쳐간 자리 같아서ᆢ.
자네와 함께 불태웠던 청춘의 기억들이 가을바다의 잔잔한 물결 속에서 조용히, 그러나 더 깊게 그리움으로 흔들리고 있네.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던 젊음의 질주, 해운대의 밤바다, 군문에서 서로를 지탱하던 날들, 팔공산의 웃음, 다대포의 이별을 예감했던 바람…
자네와 함께했던 그 모든 추억들이 지금 이 가을바다 위에서 고요하게 빛나고 있네.
오늘도 나는 수평선 너머로 자네 이름을 부른다네. 대답이 없어도 괜찮아. 가을바람이, 파도가,
그리고 이 조용한 계절이
자네 대신 내 곁에서 숨 쉬고 있으니까.
친구야, 그리움은 여름처럼 뜨겁지도, 가을처럼 식지도 않더군. 그저 시간이 흐를수록
더 투명하고 깊어질 뿐일세.
나는 그 투명한 가을빛 속에서
여전히 자네를 만나고 있다네.
오늘도 가을바다에
자네를 향한 편지 한 장을 띄워보며 조용히, 그러나 끝없이 자네 이름을 불러본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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