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향수 (정지용 )
이어진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아러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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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장면, 심상의 아름다움을 언어로 그림 그려내는
文才정지용입니다. 향수에 등장하는 아버지는 우리아버지 같고, 게으른 울음소리를 내는 얼룩배기 황소도 우리집 황소 같습니다. 함부로 뛰어 다니던 들판도 우리 동네를 닮았습니다.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있겠습니까!
시를 감상하면서~비어있는 밭에 밤바람소리는 알겠는데, 말을 달린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이 어떠하기에, 어린 누이의 머리결에 비유했을까~ 궁금했습니다. 고향, 향토적, 그리움, 원관념은 어린 누이의 고운 머릿결, 밤물결은 보조관념이라 말하면서도 선뜻 와 닿지 않은 부분입니다.
한번은 학생들과 밤바다에 놀러간적이 있습니다.
적당한 바람에 적당히 넘실대는 밤물결이 달빛을 더하니 환상입니다. 모두들 좋아라 걷고, 달리며 명랑합니다. 긴머리 찰랑이며 뛰어 다니는 소녀들의 뒷모습,그 머릿결과 흡사한 밤물결입니다. 기막힌 심미적 표현입니다.
질화로 소중한 겨울 밤입니다. 시골집 외벽에는 여러
도구들이 걸려 있습니다. 망태기,바가지, 삼태기, 메꾸리,
이런 것들이 바람에 의해 데그락 데그락..같은 음보로 부딪히는 소리입니다. 생활의 소리 현장의 소리입니다.
잠들기전 시골집에서 들었습니다. 말달리는 소리입니다
배우며 실감하며 감탄하는 詩 '향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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