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무야 고향으로 돌아가자
조용구 시집
행복한 반푼 씨
조용구
닫으라고 하면 열고
열라고 하면 닫는
욕구불만에 골쟁이었단다
어른말 안듣고
땡땡이에 골을 낼 때면
^반피야^ , ^반품아^
뜻도 모를 말을 듣고 컷지
아버지는 왜 아리송한 말로
자식들 기을 모질게 꺾었을까?
반푼은 모자란다는 혀끝의 송곳 말
나중에야 알았지
차라리 ^멍청하^라고 불러줬으면
눈치채고 온푼 해지려고
희곡의 몸부림이라도 썼을 텐데
그래도 즐거웠고 행복했지 밤피이기 때문에
반피가 반피란게 뭔 말인지 골를 때렸을 때
드디어
세상을 넓다는 게 보이게 되었지
무겁고 녹록하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
세상을 늦게 트여
자꾸만 더 보이고 나니
반피만큼 행복한 시절이 없었나 보다
p31
비밀번호
조용구
저는 당신께 간택된 번호키
자물통이에요
주인님께서 저를 고르셨지요 당신만의 샘법에 갇힌 몸이 되었으니
당신이 원하는 깊이에 자리해 드릴게요
당신의 체온과 향기도
수정체와 손끝 감각까지 당신을 기역해 드리는 게
제 임무에요
더 탄탄하길 원하시나요 그러면 속살까지 바꾸고
더욱 조여 드릴게요
당신께 만 열어드릴게요
행여 삶이 얄굿더라도 일편단심
제가 먼저 배신을 않을 거예요 책임은 당신이란 걸 명심하세요
제 감각의 미로까지 잊지 마세요
p36
2025년 11월22일 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