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2

금요일의 노래

청산 /임흥윤 2026. 2. 18. 17:51



금요일의  노래
         문병란

고향 밭

당숙의 골병든 반평생이 시름시름 앓으며 길게 누워 있다.

저녁이면 앞산이 다가와서
한 짐 노을을 부리고 가고 새벽이면 뒷산 안개가 살금살금 내려와서
뼈마디 아린 삭신을 고이 어루만져준다.

뙤약볕 내리 지지던 무더운 한낮
기심도 서마지기 설음도 너마지기
첩첩산중 같은 답답한 가슴 타는 목 냉수 마시고 돌아앉아 우는 마음
그 모진 세월 이랑마다 눈물을 심었다.

콩 심고 팥 심고 한 많은 눈물 심고
오뉴월  땡볕 아래 설음도 지글지글 타는데
너는 부드러운 속살 안으로 감추고
고운 씨앗  자갈땅에 고이 고이 가꾸었지.

오늘 사람들 모두 떠나고
묵정밭 되어
독새풀 우거진 밭이랑 잡풀만 우거진 땅
소나기 한줄 금 타는 목을 적시려나
밭두렁 가에서 쉬야 보시며 울던 우리 님아!
p72

雜草

누군가 모질게 밟고 간다. 누군가 침 탁 뱉고 간다.

하지만 나는 다시 일어나 말쑥한 얼굴로
씨익 웃고 하늘을 본다.

무명초 이름이 없다고 얕보지 말라.
노방초 길가에 있다고 짓밟지 말라

나에게도 뿌리가 있고
그 아름다운 고향이 있고
맘껏 우러를 푸른 하늘이 있다.

수유 인생 70은 남가일몽 잠깐 머물렀다.가는 나그네 인데
이름 따지고 족보 따지고 오늘도 자리다툼 무어 그리 대수냐.

바람이 분다
햇빛이 따갑다.
어느 구름에 비 올지
뒤돌아 보지도 않고
내 온몸 함부로 밟고 가는 사람들아p92

2026년2월 18일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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