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흥윤자료방/행복 심정 글

어느 어미 鶴의 고백

청산 /임흥윤 2025. 11. 6. 08:52




어느 어미 鶴의 고백
                    고종원

이 세상 모든 새들은 나를 보고
고상하고 고매한 존재라고 칭송하지만
내 깊은 심정을 어이 알 수 있으랴

난 어렸을 때부터
鶴답게 살기 위해
참새처럼 떼 지어 날아다니며 나락을 까먹거나
제비처럼 수다를 떨지도 않았다

어쩌다 반가운 손님이 찾아와도
까치처럼 화들짝 달려 나가 반겨주지 못하고
조용한 미소로만 대해야 했다

언제나 우아한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
걸음걸이 날갯짓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며
일생동안 한 번도 흐트러진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런 나를 보고 오해하고 뒷말하는 이가 있어도
독수리 눈으로 노려보지 않았고
딱따구리처럼 쪼아대지도 않았다

모두가 나를 보고
군계일학이라고 부러워하지만
나는 오히려 수탉과 함께 병아리 떼 거느리고 평화롭게 뜰을 거니는 암탉이 부러울 때가 많았다

때로는 꾀꼬리처럼 하루 종일 노래도 부르고
공작옷을 입고 멋지게 춤도 추고 싶었지만
그것은 나에게 사치스러운 꿈이었다

어쩌다 꺼억꺼억 울고 싶은 날이면
창공에 올라 구름 속에 숨어 눈물을 훔쳐내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내려오곤 했다

둥지 떠난 새끼가 한동안 돌아오지 않을 때에는
밤마다 문 열어 놓고 긴 목을 더욱 길게 뺀 채로 학수고대하며 살아왔다

내 얼굴과 몸통은 온통 순백으로 보이지만 오장육부는 물론
골수 깊이깊이 까지
오골계보다도 더 검게 타들어 갈 때가 많았다

이 세상 많은 시인 묵객들이 나에  대해 고결하고 고매한 존재라고 예찬하지만
정작으로 내 깊은 심정은 잘 모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