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언저리
문영길 제6시집


굳이 표현하자면
서리발 푸석한 마음 저편에서 곁가지에 매달린 나뭇잎을 사랑한다는 것은
속살까지 단풍이 물드는 일입니다
붉어진 눈시울 어쩌지도 못하고
그리워한다는 것은 옹이를 가슴에 품고
무시로 세월을 견디는 일입니다
말하지 않아도 이미 다 알 수 있는
침묵 속에 순례자가 된다는 건 결핍을 오롯이 사랑하는 일입니다
막연한 기다림을 묻어두고
먼 길을 떠난다는 것은
별 하나의 이름을 붙여주는 일입니다
p37
수직의 길
아등바둥 기어오르던 생의 절 벽에서
소원하던 희망의 날개
기회의 틈새를 딛고 악착같이 올라선 만큼
높아지는 추락의 공포
오래 굶주린 자들의 손톱은 날카롭다
헛디뎌 떨어진 절망의 살점을 노리며
까마득한 높이에서 맴도는 독수리
좌절의 중력이 발끝에 바들바들
목마름을 더듬어 간질한 틈새를 만든다
발 디딜 곳을 찾아 겨우 매달린 절실함이
수직의 길에서 방향을 찾는다 기어오르는 건지
내려오는 건지도 모르면서.....
p44
시의 맛
싱겁고 밍밍하다
슬쩍 소금이라도 뿌리고 싶은 만큼
시에서 비유을 떼어내고 은유을 덜어내니
시도 아닌 것이 해맑기만 하다
담백함 속에 본연의 맛이 숨 쉬듯
꾸밈없는 언어 속에
시가 전하리는 의미가 스며들기를
자극적이지 않은 슴슴한 여운 내가 찾고 싶은 본인의
시 맛이다p55
2025년 12월 5일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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