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방

방향키를 잃은 통일호

청산 /임흥윤 2025. 12. 8. 11:03



<이재영 신앙 칼럼>
방향키를 잃은 통일호 – 섬에 올라선다.

얼마 전 목포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퀸제누비아(그리스 전설 속 여왕)호가 항로를 벗어나 그대로 섬에 처박히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단순했다. 조타수와 항해사는 앞을 보지 않고 휴대전화 화면에 몰두해 있었고, 선장은 그 자리에조차 없었다. 배가 이미 조종 불능 지점까지 접근했을 때 뒤늦게 방향을 돌려보려 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배는 섬을 들이받고서야 비로소 멈춰 섰다.

조타실 문만 열어보면 최신 장비가 빽빽하고 엔진은 강력하다. 문제는 기계가 아니다. 전문성과 책임감 없는 조타수다. 이것이 사고의 본질이다. 항로를 읽고 판단하며 책임 있게 조종해야 할 사람들이 없다. 그 핵심 공간이 텅 비어 있었다. 아무리 거대한 배라도 조타실이 비어 있으면 결말은 하나다. 좌초다. 이 뉴스를 보며 필자는 오늘의 통일교회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 통일호의 조타실 역시 사람이 없다.

통일호의 선주는 우리에게 누구보다 아름답고 안전한 여정을 선물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 배의 방향키를 잡은 조타수들과 이를 감독해야 할 선장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현실을 정확히 보지 않고, 문제를 분석할 능력도, 책임지려는 용기도 부족하다. 교회 식구들이 왜 떠나는지, 사회가 왜 통일교회를 신뢰하지 않는지, 교단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그 어떤 질문에도 진지한 성찰이 없다.

지금 통일교회의 조타실은 퀸제누비아호의 상황과 다르지 않다. 모두가 휴대전화 화면만 바라보듯, ‘세상의 자극’과 ‘내 파벌’, ‘내 자리’만 들여다본다. 정작 거대한 암초-사회적 불신, 식구 이탈, 지도층 무능은 외면한 채 배는 계속 위험을 향해 달리고 있다. 아무리 지금 배가 잘 못 가고 있다고 외쳐도 듣지 않는다.

방향키를 잡는다는 것은 기술 이전에 용기와 통찰, 책임을 짊어지겠다는 결단이다. 그러나 오늘 통일교회 지도부에서 이러한 리더십을 기대하기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기계는 고치면 된다. 엔진은 교체하면 된다. 그러나 조타수가 문제라면, 그 조타수를 바꾸지 않는 한 배는 절대 안전해질 수 없다. 문제는 조타실을 통제할 사람조차 없다는 데 있다.

그러나 미루고 외면한다고 배가 스스로 항로를 바로잡지는 않는다. 타이타닉호가 빙산을 향해 곧장 질주하듯, 통일호 또한 지금 이대로라면 파국을 향해 직진할 뿐이다. 사회는 이미 통일교회를 신뢰의 바깥으로 밀어냈고, 교인들조차 통일교인이라는 사실을 숨기기 시작했다. 이탈은 조용하지만 빠르고, 위기는 보이지 않지만 이미 구조적 재난 수준이다.

퀸제누비아호 사고는 경고한다. “조타수가 무지하고 나태하면, 그 배는 반드시 사고를 낸다.”
통일교회도 예외가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구호나 화려한 성명서가 아니다. 조타실을 다시 세우는 일, 즉 지도자의 자리를 권력이나 특권이 아닌 ‘책임의 무게’로 이해하는 사람을 세우는 일이다.

이제 누군가는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 “앞을 보라. 방향키를 잡자. 지금 당장 조타수를 교체하라.” 교단이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 도달하기 전에, 지금이 바로 항로를 재설정해야 할 시간이다. 지도자의 부재는 시간이 해결해 주지 않는다. 책임 있는 조타수가 그 자리에 다시 서는 순간, 통일호는 비로소 암초를 피해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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