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방

침묵의 성전/나카무라 마키

청산 /임흥윤 2026. 3. 26. 08:45

기괴(奇怪)한 시대의 초상(肖像): 6500조의 부채와 침묵의 성전
        나카무라 마키

1. 벼랑 끝에서 춤추는 나라

국가의 금고가 비어가는 소리가 요란하다. 나라 빚 6,500조 원. 숫자의 단위조차 현실감을 상실한 그 거대한 부채의 늪 위에서, 통치자는 오히려 '돈을 잘 쓰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며 25조의 추경안을 꺼내 든다. 미래 세대의 내일을 가불하여 오늘을 연명하는 위험한 도박이다.

그러나 기괴한 것은 이 지표들이 아니다. 정작 기괴한 것은 이 파국적 신호 앞에서도 평온하기만 한 광장의 표정들이다. 비판의 목소리는 팬덤의 함성에 묻히고, '개딸'이라 불리는 이들은 벼랑 끝으로 향하는 발걸음에 오히려 열광적인 지지를 보낸다.

이성적 판단이 마비된 자리에는 맹목적인 신념만이 남았다. 내일의 파산보다 오늘의 환희를 택한 대중의 무반응, 그것은 침몰하는 배 위에서 연주되는 마지막 왈츠처럼 기괴하고도 서글픈 풍경이다.

2. 멈춰버린 성전, 안개 속의 가계(家系)

시선을 돌려 종교적 성역으로 들어가면 그 기괴함의 농도는 더욱 짙어진다. 참아버님 사후,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은 유례없는 풍랑 속에 놓여 있다. 어머님의 구속과 일본 가정연합의 해산이라는 존립의 위기가 현실의 턱밑까지 차올랐다. 국내외적으로 해산을 종용하는 권력의 압박과 특검의 서슬 퍼런 별건 수사는 종단의 숨통을 죄어오고 있다.

하지만 성전 안의 시계는 멈춘 듯하다. 교권을 쥔 이들은 이 거대한 해일 앞에서 구체적인 생존 전략이나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 그저 "철야 정성만 드리면 기적이 일어난다"는 공허한 구호만을 밤마다 외칠 뿐이다.

현실의 칼날이 교단의 뿌리를 겨누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식구들은 마치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 무덤덤한 표정으로 그 구호를 복창한다. 위기를 위기로 인지하지 못하는 집단적 마비, 혹은 애써 눈을 감아버리는 현실 부정의 연대다.

3. 기괴함의 합주곡

국가와 종교, 서로 다른 두 영역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이 기괴함의 실체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진실의 외면'과 '맹신의 위안'이다. 경제적 파탄의 징조와 종단 붕괴의 전조라는 명확한 데이터 앞에서도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지도자는 현실을 왜곡하고, 추종자는 그 왜곡된 환상을 수호하며, 중간 관리자들은 무대책의 정성(精誠) 뒤로 숨어버린다. 이 기괴한 침묵의 합주는 결국 우리 사회가 지탱해온 이성과 책임의 기둥이 얼마나 허약해졌는지를 방증한다.

4. 깨어나지 않는 꿈의 끝

폭풍 전야의 고요는 평화가 아니라 재앙의 전조다. 6,500조의 빚더미 위에서 찬양을 부르는 국민과, 해산의 위기 속에서 정성만을 외치는 식구들의 모습은 거울처럼 닮아 있다. 우리는 지금 현실이라는 이름의 단단한 땅 위가 아니라, 누군가 정교하게 설계한 기괴한 환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물어야 한다. 그 정성이 끝난 새벽에, 그 추경이 바닥난 내일에 우리에게 남을 것은 무엇인가. 기적이 일어나길 기도하기 전에, 이미 우리 앞에 들이닥친 기괴한 현실을 직시하는 것. 그것이 파국을 멈출 수 있는 유일하고도 마지막인 처방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