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 시집문고

어머니

청산 /임흥윤 2024. 5. 8. 13:38


어머니  
      오신탁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짊어진 숙명과, 꾹꾹 눌러담은 한과 희생이 시대에 따라 많이 변하고 퇴색 되지만 누구에게나 어머니란 이름은 수시로 되살아나는 아픔이 많은 이름이다.
여생을 편안히 사시다가 돌아 가셨다면 한이 없겠으나 대부분 우리 어머니는 모진 아픔을 참아내며 한스런 삶을 사셨다.
어머니를 보내드리는 장례식장의 분위기를 보면 어머니를 보내드리는 분위기가 모두 다름을 보게 된다.
옛 어린시절 어머니가 돌아 가시면 으레 울고 불고 하는것이 인지상정인데 그 집은 달랐다. 이틀 저녁을 북치고 장구치고 쟁반을 두들긴다.
어린시절 그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불효막심한
아들 딸이라고 욕을 해댔다.
저 집이 잔치집인지 상가집인지 분간이 안되었다.
어린시절 그 집을 바라보며 죽어서도 환영받을 수 있다는 것을 차츰 커가며 깨달았다.
어찌 살아야 축하를 받을 수 있을까? 삶을 생각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우리 어머니는 언성을 높이신 적이 한번도 없었다.
아버지의 술주정도 없으셨다.  그래도 어머니는 화를 낼법도 한데 조용히 사라지셨다가 나타나신다.
우리 앞에 눈물을 보이시지 않으신다.
우리들 어머니와 같은 삶을 사신 글을 보고 감동을 받아 시조를 옮겨본다.
독자와 시인과의 만남 행사에서 여성 독자 한분이 ''달 항아리''를 읊다 말고 우두커니 서서 어께를 떨며 울음을 터트리는 것이었다.
정적이 흐르고 잠시후 객석 이곳저곳에서 울음을 모두 터트리는 것이었다.
왜 여자 마음을 건드리냐고 사회자가 말하자 시가 사람을 울리지요, 이게 시 아닌가요?
시의 효용에 대하여 새삼 놀라는 시간 이었답니다.
단, 시조 세줄이 어떻게 사람을 울릴 수 있을까?
힘든 인고의 세월을 살아낸 노정을 달항아리에 얹은 메타포에 북받치는 감정으로 눈물을 흘리시다니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이래서 위대함을 느끼게 한다.
조선백자의 백미인 달 항아리는 크기가 커서 제작과정이 어렵고 희고 맑은 순백의 아름다움과 둥근 선이 주는 원숙미가 인고의 삶을 살아온 아내요, 며느리요, 산고를 겪으며 대를 이어온 모정의 원형을 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어려운 역사속에 힘들게 살아오신 이 나라의 모든 어머니를 대신 한다고 할 수 있다.

''달 항아리''

두리두리 만삭의 몸
즈믄 해를 넘나들며

눈 멀어 한 평생을
살아본 적 있느냐

없다면 세상없어도
엄마인척 하지마라.

                      2024.5.8.  어버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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