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둥이
문영길 두번째 시집


부엉이샘
꼼꼼하게 따져 봐도
본전이 되지 못하여 묻어두는 부엉이샘
줄 건 셈하지 못하면서
못 받은 것의 뚜렷한 억울함이 눈물부터 비우고 시작하는 넋두리에
공짜 나이의 허태로
고명처럼 얹어보는 번지르르한 을 위로
부록처럼 딸려와 생색만 내던 떨이의 소원으로
책임질 일 없는 훈수만 두다가 정작 따뜻한 관심으로 오늘에게 보여주지 못한 만족한 웃음
버둥거리던 욕심의 마음에서 헤픈 반성을 제하고
비교의 눈금을 지우고 나니 남는 것은 사랑빛
되돌려주지 못한 감사함만
우부수북
부질없는 샘 만 하다가 인생에 노을 깃드는 것도 몰랐네
받는 것, 줄 것의 기억은 희미하지만
받을 것의 기억은 선명하다
p15
황태로 거듭나다
오장육부 다 비워 낸 가벼운 몸
대관령 산길 오르니
이런 처절한 육보시가 기다릴 줄이야
칼바람의 고문과 열렸다 녹이는 회유에
없는 죄까지 다 까발리니 견디는 게 죽음보다 위대하다고 한 건
겪어보지 못한 이들의 공연불
덕장에서 결박당해
서너 달 한빙지옥寒氷地獄을 넘나들던 살이 터지는 고행 끝에
해탈의 표식으로 허락된 황금빛이요
구원의 거창함도 아닌
그대 포만의 만족한 한 끼를 위해
치도곤의 매질을 견디고
궁극엔 끓는 물에 무아無我로 돌아가야 할 터
하찮은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헌신에 만족하려오
p16
억새
시들어 가는 것이
제 잘못인 양
두 손 비벼 구하던 용서였구나
문득문득
허무와 그리움이 나풀거리던 바람의 능선에서
내게 가까이 다가오는
반가운 몸집인 줄 알았거늘만 사실은
날 떠나가는 서글픈 손짓이었구나
내일 새벽은
더 춥고 쓸쓸하겠다
p63
2025년12윌 26일 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