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의 소리/구재익 시인방

평생직장

청산 /임흥윤 2026. 3. 23. 08:15

평생직장
       구재익

십여년전 꽤나 오래전에 친구와 나누었던 예기가 떠올랐다.
나무랄데 없는 직장에, 좋은 인성을 가진 벗이었다. 간만에 전화가 왔다.
어느날 우울증이 걸린것 같아 만사가 귀찮고 재미없다며 하소연에 넉두리를 늘어 놓았다.
남자로 태어나 열심히 일하며 살아왔는데 퇴직을 하고보니 나처럼 쓸모없는 사람이 없다며 죽을 맛이라고 한다.
예기를 듣다가 자연스럽게 맛장구를 치게 되었다. 그게 어찌 자네만 그렇겠는가? 이 나이에 우리 모두가 같은 입장이지.
하기야 그건 그렇지. 그래도 왜 이렇게 무기력하고 힘이 없는지 자꾸만 늪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이네.
한참동안 예기를 들어주다가 불쑥 제안을 하나 했다.내가 자네에게 평생직장을 마련해 줄테니 일 할텐가?
평생직장이야? 그럼좋지!
정말이야?
그럼 내일아침 아홉씨까지 약속장소로 나오시게. 오전만 근무하고 한달에 80만원 정도 수입이 될꺼야.
알겠네. 아참 복장은?
가장 편한 평상복으로 나오면 되네.
그래 그렇게하지.

다음날 아침 직장으로 향하는 동료는 무척 들뜨고 흥분된 기분이다. 그런데 친구야 어디로 가는 거야?
가보면 알게돼.
두 사람은 한동안 침목속에서 걷다가 그런데 무슨 직장이 산속에 있어?
그래 잠시 쉬어가세.
이제 겨우 20분정도 왔어.
잠시 머뭇거리다가 친구에게 말을 건냈다.
자넨 지금 애국하는거야.
무슨 퉁딴지 같은 소리를다해?
애국하고 돈벌고 일석삼조니 얼마나 기쁜일인가?

운동해서  건강하고 우울증도 사라지니 그게 첫째요. 친구가 밝고 건강하게 생활하니 가족에게 안심되어 그게 둘째요. 셋째는 의료비가 안들어 국가 재정에 큰 도움되니 얼마나 훌륭한 직장인가?
노인들 년평균 의료비 지원금이 천만원이 넘는다하니 애국하고 돈도벌고 온가족도 평화로우면  얼마나 다행인가?

오늘부터 매일 산에올라 네 시간만 보내면 시간 잘가지, 건강도 좋아지지, 맑은 공기마시며 자연과 하나되니 이 얼마나 좋은가?
한참동안 말을듣던 친구가 반응을 보인다.
싱거운사람.
그래 말 잘했네. 노년이 되면 음식도 싱겁게 들어야하고 싱거운소리를 많이 듣게되면 머릿속도 비워지니 그게 건강생활의 지름길이 된다네.

두 사람사이에 약간의 침묵이 흘렀다.듣고보니 과히 틀린말은 아닌듯하니 그럼 이제 직장으로 들어가 보세.
내친구도 그렇게 시작한 산오름이 오늘까지 이어오고있었다.족히 10년이 넘었다.
가끔만나 산을 같이 오르내리다 보니 우정도 더욱 돈독해졌고  아직까지 병원에가서 누워있지는 않았다라며 둘이서 맛집에 들러 유쾌한 식사를 하며 한바탕 웃었다.

병오  삼월 이십삼일  평해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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