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 공지영 장편소설 껍질을 깨고 얼어 갈라 터지는 땅을 헤집고 씨앗은 드디어 이 지상의 어느 모퉁이에 싹을 내민 것이다 빚은 폭포처럼 쏟아져 내리는 빛은 그 씨앗이 지상에 얼굴을 내밀어 최초로 만난 것이었다 이제 다시 어둠은 없으리라 적어도 땅속으로 다시 들어가 어둠 속에 홀로 제 껍질 속에 홀로 유폐 대지는 않으리라 그렇다면 남은 것은 이제 딱딱한 동토에 뿌리를 내리며 두 팔을 지상으로 뻗어 자라면서 거센 비바람과 싸우는 일이다389